2008년 8월 30일 아스날-뉴캐슬전 관전평

0. 간단 요약

시간 단위로 잘게 짤라서 논할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파브레가스가 복귀하면서 아스날은 원래의 경기력을 완벽하게 회복했고, 전반 시작부터 뉴캐슬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펼쳐 3-0 승리를 얻어냈습니다. 뉴캐슬은 후반전 초반 구띠에레즈를 내세워 추격해보려 했지만, 오히려 데니우손에게 세번째 골을 헌납하면서 셰이 기븐 골키퍼처럼 주저앉아버렸습니다. 경기 막판 바튼과 나스리의 신경전은 보너스 피쳐였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특이했던 점은 이상하리만치 투레의 공격가담이 활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트벤테전은 제가 안봐서 모르겠습니다만, 투레가 미드필더에게 백업을 맡기고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뛰어드는 모습은 작년까지는 그렇게 자주 보이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설령 투레가 나와도 시밤쾅 한방 때려주고 재빨리 돌아가는게 보통이었죠. '투레를 올릴 생각은 없다.' 라는 것이 투레를 굳이 올리지 않아도 데니우손과 스위칭 시키면 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하는 헛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뉴캐슬은 후반 초반을 제외하면 경기 내내 아스날에게 말렸는데, 미드필드에서 활동량으로 압도당한 것이 컸습니다. 자기 진영에서 볼을 따내고 공격으로 진행하는 역습 상황에서 아스날은 팀 전체가 빠르게 전방으로 달려나가면서 그 스피드를 살려서 원투터치로 간단하게 중앙선을 넘어왔습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뉴캐슬은 계속해서 아스날 공격수들의 압박에 수비수들이 패스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해 볼을 끌면서 속공으로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1. 알무니아 7/10 - Clean Sheet.
딱히 할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오웬의 헤딩슛을 쳐낸 것을 포함해 할 일은 제대로 했다. 하지만 버트의 헤딩이 크로스바를 맞추는 장면에서는 역시 아직은 100% 믿음을 주기엔 2% 부족함을 드러냈다.

2. 사냐 7/10 - 기대한 만큼.
에보우에가 라인을 따라서 움직이면서 딱히 오버래핑할 타이밍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특유의 과감한 오버랩은 그다지 나오지 않았다. 수비는 여전히 굳건했고. 딱 기대한만큼 해줬다.

3. 갈라스 7/10 - 님하 헤딩 쩜.
전반 시작하자마자 히어로가 될 찬스를 맞았으나 날려버리기 힘든 위치에서 볼을 날려먹었다. 헤딩에 비교적 약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키가 크지 않은 오웬과 니키버트에게 각각 한번씩 결정적일뻔 한 헤딩을 허용한 것은 역시 꼬꼬마 센터백 라인의 숙제.

4. 투레 7/10 - 간만에 터질뻔한 시밤쾅
최후방 공격수로서 확실한 득점찬스를 두차례나 놓쳤으므로 평점4.라는 것은 농담이고. 기븐이 가까스로 쳐낸 시밤쾅부터 시작해서 코너킥때에는 헤딩슛이 잡히기도 하는 등 공격에서 맹활약했다. 시밤쾅이 골대 안으로 향하는 확률이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오늘은 정말 날이었다. 한편 아무리 부상이후 속도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왕년에 한 달리기 한 오웬과의 달리기 시합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오웬을 거의 봉쇄한 점은 좋았지만 헤딩에 대한 것은 갈라스와 동일.

5. 클리쉬 7/10 - 나도 한번 시밤쾅
최전방 공격수들이 좌우로 넓게 벌려주고 좌우 미드필더들도 중앙으로 그다지 밀고 들어가는 움직임이 없었던 관계로 광속 오버랩은 자주 나오지 않았다. 수비에서 일단 아메오비는 확실히 담궈버렸고 구띠에레즈는 후반 초반 다소 불안하긴 했지만 어쨌든 잘 막아냈다. 후반 뜬금없는 중거리슛은 위치와 타이밍도 뜬금 없었지만, 그게 정말 정확하게 날아갔다는 점이 더욱 뜬금 없었다.

6. 에보우에. 7/10 - 페널티 에어리어의 중심에서 노룩패스를 외치다.
뜬금없이 중앙 미드필더로도 출장했던 벵거의 믿을맨. 하지만 정작 본업인 라이트백으로는 센터백인 투레에 밀리는 기묘한 남자. 세밀한 플레이가 부족한 탓에 항상 골대 근처까지는 어떻게든 우겨 가더라도 정작 그 뒤엔 허무하게 찬스를 날려먹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오늘은 아데바요르를 보면서 발꿈치로 페르시에게 넘겨주는 노룩패스로 두번째 골을 어시스트하면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감. 솔직히 에보우에가 라이트윙으로써 월콧보다 중용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7. 파브레가스. 8/10 - 돌아온 황태자.
앙리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황태자. 복귀전 3경기에서 3골을 넣었던 팀이 복귀 후 2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공식 기록은 0골 0어시스트였지만 득점 장면은 항상 그의 패스로부터 시작되었고, 그 외에도 괜찮은 찬스를 여럿 만들었다. 부상으로 오프시즌에 아스날의 악명높은 체력훈련을 건너뛰어 활동량을 걱정했지만, 역시 아직 젊기 때문인지 활발한 움직임으로 수비에서도 제몫을 다 해냈다. 그의 가장 결정적인 수훈은 데니우손에게서 삽을 빼앗아갔다는 것이다.

8. 데니우손 7/10 - 도플갱어?
프리시즌 내내 중미로 뛰면서 플라미니처럼 주전 되면서 포텐 터질 것을 기대했던 지난 시즌 칼링컵 에이스. 파브레가스와 나서면 파브레가스 못지 않고 에보우에와 같이 나서면 에보우에 못지 않다. 스쿼드에서의 적절한 위치는 파브레가스의 백업인데 파브레가스가 없으면 에보우에가 되어버리니 도대체 벵감독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꼬? 하기사 파브레가스도 지난 시즌 이전까지는 질베르투가 없으면 삽을 푸곤 했던 것을 보면 시간과 출장이 보약이긴 하다. 기븐을 완벽하게 역동작으로 무너뜨리며 한창 열을 올리던 뉴캐슬에 찬물을 끼얹은 장면은 정말 멋졌다.

9. 나스리 7/10 - 흘렙보다는 덜 안정적인. 하지만 더 기대되는.
볼을 키핑하면서 수비를 끌어내는 능력은 확실히 흘렙보다는 떨어진다. 하지만 보다 전진하려고 하며 좋은 위치에서는 확실히 슛을 해주고 있어 득점에 대한 기대감은 더 크다. (흘렙은 첫 시즌 40경기를 뛰면서 지금의 나스리보다 정확하게 한골 더 넣었을 뿐이다.)  하지만 흘렙과 달리 파브레가스가 볼을 잡았을 때 침묵한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경기 막판 투입된 바튼과 신경전 벌이는 장면은 나쁘게 보자면 아직 철이 덜든 것일 수도 있지만 좋게 보면 그동안 아스날에서 보기 힘든 '성깔'이기도 했다. 수비에서도 구띠에레즈의 볼을 여럿 따내면서 맹활약.

10. 페르시 8/10 - 페르시 함량 100% - 가급적 개봉후 빨리 드세요.
왠만한 윙 뺨치는 빠른 발, 왠만한 공격형 미드필더 뺨치는 원터치 패스 센스, 투레 시밤쾅 뺨치는 왼발. 그리고 오웬 뺨치는 부상경력 =_=.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확실한 득점왕 후보. 경기 내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로 찬스를 만들어주고 본인도 페널티 에어리어를 넘나들면서 기븐을 놀래켰으며 프리킥에서도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동시에 부지런히 쓰러지면서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2골을 넣은 뒤 해트트릭 보다는 몸 상하기 전에 빨리 들여보낼 것을 기대받는 특이한 선수.

11. 아데바요르 8/10 - 가자미가 되어라!
"나 말고도 득점할 녀석들은 많이 있다." 채치수를 벤치마킹한 것일까? 득점은 없었지만 모든 득점 장면에 관여하고 있었고, 항상 페널테 에어리어를 넘나들면서 수비를 끌어내고 공간을 만들었다. 수비수 네명이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드리블하고 패스를 돌리면서 찬스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앙리가 그립지 않다. 결정력만 빼놓고 보면 말이다. 전반전 그 골은 넣었어야 했다.

12. 벨라 7/10 - A+에는 못미치는 데뷔전.
모든 구너들이 기대해온 유망주.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꾸준히 뭔가를 보여주려고 용썼다. 체격 차이로 상대 수비수들에게 몸으로는 밀려가면서도 꾸역꾸역 밀고 올라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만, 어쨌든 스탯을 남기지는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두번의 찬스를 잡았으나 한번은 욕심이 과했고 두번째는 너무 조심스러웠다. 용한마리 다 그려놓고 눈을 그려넣지 못한 격. 일단 올시즌은 칼링컵에서 주로 보게될 듯 하다.

13. 월콧 7/10 - 그가 에보우에에게 밀리는 이유는?
에보우에와 교체되어 들어와 우측 사이드에서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역습시마다 수비수 세명을 달고 질주하면서 볼을 운반했고 앙리같은 득점 찬스를 맞았지만 옆으로 날려버렸다.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도대체 왜 에보우에에게 밀리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스탯을 보면 에보우에는 1어시. 이것 때문?) 그런데 벨라랑 둘이 같이 피치에 올려놓으니 분간이 잘 안가더라. 크기도 그렇고 움직이는 모습도 그렇고.

14. 쏭 6/10 - 누구냐, 넌?
 투레나 갈라스가 아니라 데니우손과 교체되어서 깜짝! 뭔가 서있는 위치는 갈-투 보다 앞인데 이상하게 갈-투가 공격하는 장면이 더 자주 잡혔다. 벵감독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베스트11 출신의 미드필더를 센터백으로 보는 이유가 이런게 아닌가 싶다. 데니우손이 아니라 파브레가스와 교체시켜서 데니우손-쏭 콤비를 테스트 하지 못한 것은 여전히 미스테리.

15. 오웬 7/10 - 원더 가이.
과거와 같은 폭발력은 없지만 썩어도 준치요 명불허전이라. 미드필더들의 지원은 커녕, 본인이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지원해주면서도 한두번 알무니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줬다. 그것도 머리(!)로. 하다 못해 투톱 파트너의 지원이라도 받았다면 한골은 기록했을수도.

16. 구띠에레즈 7/10 - 그리고 둘밖에 없었다.
오웬과 더불어 뉴캐슬의 공격을 이끌었...다기 보다는 공격에 참가했던 유일한 파트너. 클리쉬나 나스리 한명을 상대로는 한 절반 정도 확률로 꾸역꾸역 밀고 올라왔지만 둘이 같이 덤벼들자 잠잠해졌다. 어쨌든 수비수들을 몰고 다니면서 뭔가 파괴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것은 오웬과 구띠에레즈 뿐.

17. 기븐 8/10 - 김병지?
3-0으로 졌지만 기븐 아니었으면 스코어는 더 벌어질 수 있었다. 뭔가 동물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아스날의 슛 세례 중 세개를 제외한 나머지를 다 막아냈다. 마치 98월드컵 네덜란드전의 김병지를 보는 듯했다. 그러고보니 김병지 스타일로 공격수들 상대로 드리블치는 모습도 나왔다.

18. 바튼 6/10 - 넌 이미 카드를 받았다.
종료 4분 전에 투입되자마자에미리츠 스타디움의 모든 이목을 집중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리고 투입되자마자 나스리에게 시비를 걸어 결국 나스리에게 카드 한장을 선물해줬다. 덕분에 3-0으로 루즈해진 경기 막판에 볼거리가 생겼다.

by 고금아 | 2008/08/31 14:29 | 경기 리뷰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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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ViceRoy at 2008/08/31 14:57
고금아님 리뷰는 재치넘치는 비유가 정말 참신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시니사군 at 2008/08/31 18:27
그리고 둘밖에 없었다에서 폭소했습니다 ㅎㅎ

데니우손의 실력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구심이 남긴 합니다.
고금아님이 지적하신대로 세스크가 돌아왔기에 오늘은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일수도 있습니다.

저번시즌부터 수비에서도 제몸 지키는 수준을 넘은 세스크가 이래저래 수비면에서 커버를 해주었기에 그나마 괜찮아 보였지
만약 더욱 강한 중원을 가진 상대팀이었다면?
더욱 지켜볼 문제입니다.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8/08/31 20:00
이상하리만치 피곤해서 한 십 분 보다 잠 들어버렷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모처럼 속 시원히 이겼다고 해 땅을 치며 후회했습니다. 크윽.

고금아님의 흥겨운 리뷰도 모처럼 보니 반갑구만요. : )
Commented by vick at 2008/08/31 20:54
오랜만에 쓰시네요 ㅠㅠ 시즌시작했으니 리뷰 자주써주실꺼라 기대해도 되죠? ㅎㅎ;

닐손이는 확실히 이놈은 어중간하긴해요 공.수 양면에서 2%부족하니..
그래도 오늘골기록했으니봐준다

데발이도 골넣을대 된거 같은데 기대해봐야죠 ㅋㅋ

Commented by 눈물새 at 2008/09/01 16:02
리뷰 잘 봤습니다. 고금아님 예전에는 하이버리에도 가끔 리뷰 남기시더니 요즘은 안 남기시네요 ???
Commented by 고금아 at 2008/09/01 16:15
눈물새님 / 감사합니다. 그런데 하이버리에는 가입한 적이 없어요 =_=;;;;;
Commented by 그랑블루 at 2008/09/03 04:13
뭔가 착각하고 있는것 같은데.. 98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김병지는 최악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소문이 난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네덜란드전을 다운받아서 다시보세요.. 김병지는 5골이나 실점했고,, 도저히 막을수 없는골들이 아니었죠..

더구나 김병지가 선방했다고 하나,, 도저히 막을수없는것들을 막을만큼 대단한 선방도 아니었습니다...

무슨 30개가 넘게 선방했다고 구라치는사람들이 많은데,,

다운받아서 보면알겠지만,, 5개정도입니다.. 그것도 어렵게 막은것도 아니구요..

한경기에 5실점이나 한 골키퍼를 왜이렇게 부풀리고 신격화하는지...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군요..

아마 98월드컵때 초딩?? 유딩??
Commented by 고금아 at 2008/09/03 15:40
그 경기 새벽에 잠도 안자고 앉아서 다 봤습니다만. 제가 나이가 많아서 기억이 흐려진 셈 칩시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이 단호하시면 덧글 다실 때, 로그인 정도는 하시죠?

그랑블루가 왜 욕을 먹는지 정말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능형 안티라면 제가 낚인 거겠군요.)
Commented by Gooner at 2008/09/12 06:48
안녕하세요 아스날 팬 블로그를 찾게되니 반갑습니다.
링크 하고 종종 들릴께요~
Commented by 먼스 at 2008/09/16 02:42
혹시나 하고 들려봤는데 아아~~
정말 반가운 리뷰였슴다
촛불에 대한 생각도 지지하지만
역시 님의 센스는 아스날 리뷰에서..ㅋㅋ
갓데발님이 자비를 버리신 이야기도 기대하고 있을께요~^^
Commented by 전단지박사 at 2008/12/23 11:33
잘 보고 갑니다 시간 되시면 제 카페도 들려 주세요 → http://cafe.daum.net/pp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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