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에버튼-아스날 관전평

어느 스포츠나 마찬가지겠지만, 축구에는 '흐름'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이 흐름은 한 경기 동안 바뀌기도 하고, 몇 경기동안 이어지기도 하며, 심하면 몇시즌간 이어지기도 하죠. 경제가 불황과 호황을 주기적으로 오가는 것 처럼, 선수 개인이나 클럽의 폼도 저점과 고점을 오갑니다.

언젠가 푸투에서 어느 분이 아스날 관련 뉴스에서 댓글로 아스날은 허구헌날 테스트냐고 푸념한 적이 있습니다. 시즌 초반엔 제대로 된 강호를 만나지 않았다. 리버풀-맨유전이 테스트다. 리버풀-맨유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자 아직 모른다. 원정 시리즈가 테스트다. 원정 시리즈가 끝나자 박싱 데이가 테스트다. 이번 시즌 항상 아스날에게 따라다니는 말이죠. 아직 모른다. 테스트다. 사실 팬 입장으로서는 억울하기도 합니다. 아니 무패우승 시즌보다 페이스가 좋은데 무슨 얼어죽을 테스트의 연속입니까. 우리 애들은 젊지만 능력 있고, 대부분의 경기에서 상대를 제압하고 있으며, 경기력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흐름'의 관리라는 측면에서는 테스트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아스날처럼 젊은 팀은 일단 흐름을 타면 기세가 무섭지만 하강기에 접어들면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죠. 대표적인 예가 지난 시즌입니다. 일찌감치 리그 우승이 물건너간 상황에서 FA컵과 칼링컵을 모두 놓치자 급격하게 폼이 무너졌죠. 또 우세한 경기 속에서도 그 흐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비기거나 진 경우가 많았구요.

파브레가스, 플라미니, 흘렙이 모두 부상당하고 졸전을 펼쳤던 뉴카슬전과 미들스보로전이 지나고 토트넘을 잡으면서 전 아스날이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올 줄 알았습니다. 토트넘전의 경기력이 시즌 초반에는 못미쳤지만 회복 중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포츠머스전의 무승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었습니다. 베스트11중 페르시를 제외한 베스트10을 투입했음에도 미드필드의 패스웍이 살지 않았고, 켐벨이 지휘하는 수비진을 뚫지 못하던 모습은 지난 시즌을 보는 듯 했습니다. 경기 직전 맨유가 이겨 순위가 뒤바뀐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 것일까요? 02/03 시즌 리그 선두를 질주하다가 막판 맨유의 대추격에 페이스를 잃고 결국 2위로 밀렸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구디슨 파크 원정. 에버튼은 근성과 저력이 있는 팀이고 아르테타가 이끄는 미드필드진은 빅4 못지 않은 강호입니다. 맨유가 웨스트햄에게 2-1로 패한 상황. 이 게임을 이긴다면 다시 한번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찬스였습니다.


1. 아스날 라인업

-----------에두아르두--------벤트너------------
-----------------------------------------------
디아비------ 파브레가스 ----- 플라미니 ------ 흘렙
------------------------------------------------
클리쉬 -------- 갈라스 -------- 투레 --------- 사냐
-----------------------------------------------
알무니아

벤치 : 레만, 센데로스, 로시츠키, 아데바요르, 디아라

잘 나가는 팀에는 손을 대기 힘든 법이지만 폼이 흔들리고 있다면 변화를 줄 법 하지요. 일단 4-4-2로 돌아왔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아스날은 이번 시즌 4-4-2와 4-5-1을 병용하고 있는데, 저는 4-5-1이 스트라이커들의 부상 탓도 있겠지만 웽어가 4-4-2와 4-5-1를 통해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도 생각합니다. 4-4-2는 '이기기'위한 라인업, 4-5-1은 '지지 않기'위한 라인업이 아닐까 라는 거죠. 미드필드에 한명을 더 배치한 4-5-1은 분명 점유율 면에서는 유리하지만 득점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불리합니다. 4-5-1이라도 다들 폼이 좋을 때야 득점력이 크게 줄지 않지만 요 몇경기 처럼 폼이 좋지 않을 때엔 득점력 감소가 뼈아프더군요. 실제로 포츠머스전에서도 벤트너가 투입되면서 공격이 잘 풀리기도 했죠.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이번엔 4-4-2를 쓴 것이 아닌가 싶네요. 물론 박싱 데이 기간의 체력 안배를 위한 것일수도 있지만요.

에두아르두(이하 두두)는 지난 칼링컵 블랙번전에서 두골을 몰아치면서 분위기를 탔고, 벤트너는 토트넘전 역전골로 기세가 올랐습니다. 로시츠키를 벤치에 앉힌 것은 체력 안배와 디아비가 득점력 자체는 로시츠키보다 좋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 같네요.


2. 에버튼 라인업


--------------------야쿠부-----------------
--------------------카이힐-----------------
피에나르 --- 필 네빌 --- 아르테타 --- 카슬리
-------------------------------------------
레스콧 ---- 요보 ----- 자기엘카 ----- 히버트
-------------------------------------------
하워드

벤치 : 웨셀즈, 발렌테, 제임스 본, 아니체베, 앤드루 존슨

에버튼은 솔직히 제가 서포팅 하는 클럽도 아니고, 경기를 못본 터라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제가 본 대로 쓰긴 했는데 카슬리가 중앙이고 아르테타가 오른쪽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에버튼은 요즘 부상에서 돌아온 카이힐이 아주 기세를 제대로 탔죠.


3. 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쉽게 득점하는 편은 아니라지만, 쉽게 실점하지도 않는 끈끈한 에버튼은 홈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최전방에서부터 아스날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지난 첼시전 리뷰에서 아스날을 잡으려면 옐로존을 장악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죠. 그리고 EPL 공인 아스날 죽이기 몸빵 작전을 펼쳤죠. 비는 추적 추적 내리고 잔디는 미끄럽고 볼 잡으면 무섭게 달려들고 몸으로 부딪히자 아스날은 좀처럼 예전의 패스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시즌 초반 분위기 탔을 때는 가볍게 씹고 지나갈 수 있었어요. 제가 항상 언급하는 리버풀전 처럼 말이죠. 그때 리버풀은 작년 4-1 리버스 관광 당시보다 더하게 미드필드에서 촘촘한 압박을 가했고 건너들은 그걸 잔 패스로 뚫어 냈었지요. 그런데 그런 분위기가 영 살지 않더군요. 비 때문인지 퍼스트 터치가 다들 불안불안 했는데 볼이 간다 싶으면 에버튼이 여지없이 압박하는 통에 점점 말려가고 있었습니다. 딱 지난 시즌 막판 필이더군요. 이거 위험한데 싶은 순간, 코너킥 상황에서 벤트너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볼을 카이힐이 집어넣자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에버튼으로 넘어갑니다. 마음은 급한데 수비는 좀처럼 열릴 생각을 않고, 오히려 아르테타를 중심으로 한 에버튼의 패스 플레이가 더 잘 돌아가더군요. 정말이지 전반전은 1점차로 막아낸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4. Eduardo! Eduardo!!

후반이 되지 비가 그치고 웽교수님께 강의를 제대로 듣고 왔는지 아스날의 플레이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중앙에서의 잔패스 연결을 통한 아름다운 공격에 의존하지 않고 벤트너와 두두를 향한 뻥축구를 섞어쓰기 시작했죠. 47분 클리쉬가 쏘아올린 롱볼을 두고 자기엘카와 두두가 경합하다가 자기엘카가 헛헤딩을 하고 맙니다. 그대로 볼을 받아 하워드와 1:1 상황에서 두두가 결정지어버립니다. 그동안 EPL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웽어의 보기 드문 영입 실패 사례로 남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버리는 골이었죠. 자기엘카의 실책이긴 했지만 두두도 워낙에 잘 꽂았습니다. 전반 내내 잘 싸워온 것에 비하면 허무하게 동점골을 내준 에버튼은 급격하게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아스날의 뻥축구에 휘둘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두두가 다시 11분 뒤에 비슷하게 자기엘카를 뒤에 두고 볼을 받으면서 스카이 스포츠의 표현을 따르자면 베르캄프같은 퍼스트 터치로 자기엘카를 따돌리고 역전골 마저 넣어버리자 분위기는 아스날로 완전히 넘어왔죠.


5. 벤트너와 아르테타의 퇴장불명

그래도 홈이고 미드필드라면 탄탄한 에버튼이 공세를 펼쳐보지만 갈주장과 완소투레의 지휘 하에 아스날 수비진이 잘 막아내는 가운데 74분 벤트너가 퇴장당하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또 이상해집니다. 공격하다 끊겨 역습당하는 시점에서 앤디 존슨에게 태클을 가했는데 이게 말이 태클이지 사실 거의 로우킥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요즘 EPL에서 두발 태클에 대해 말이 많은데 상대 정강이를 직빵으로, 그것도 심판 보는 앞에서 후려찼으니 직빵 레드를 얻어맞아도 할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전반전에 받은 옐로랑 겹쳐서 벤트너는 퇴장당하고, 웽어는 에두아르두 대신 아데바요르를 투입하면서 롱볼 역습 축구로 굳힙니다.

한편 아르테타는 10분 뒤 파브레가스와 달려가며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팔꿈치로 파브레가스의 얼굴을 강타하는 장면이 주심에게 정확하게 노출되면서 직빵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합니다. 고의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거나, 파브레가스가 너무 쉽게 넘어졌다거나 하는 논란이 있긴 합니다만 전 개인적으로 이전의 파울에 대한 가중처벌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두도 오늘 두번이나 똑같이 얼굴을 얻어맞고 뒹굴었지만 심판이 못봤거든요. 여하튼 에버튼의 핵인 아르테타마저 퇴장당하자 분위기는 완전히 아스날로 넘어갑니다. (실은 아르테타 퇴장 이전에 데발신의 골이 있었지요.)


6. 웽감독 로또 적중

지난 토트넘전에서 벤트너가 투입되자 마자 역전골을 뽑아내면서 신기의 용병술을 보였던 웽감독, 이번엔 아데바요르와 로시츠키로 연속 교체 대박 쇼를 연출합니다. 특히 아데바요르의 골은 수적 열세에서 자칫하면 흐름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굳히는 결정적인 골이었죠. 알무니아가 쏘아올린 골킥이 하프라인을 훌쩍 넘어 누구의 머리도 스치지 못한 채 페널티 아크와 하프라인 사이에 떨어집니다. 하워드는 나와있고, 뒤로 수비수는 네명. 하지만 오늘 마음을 독하게 먹고 나오신 데발신은 무자비하게 볼을 향해 달려갔고, 요보와 하워드가 겹치는 틈을 타서 아데바요르가 긴 다리로 하워드가 차려는 볼을 뺏아내서 그대로 골로 몰고 들어갑니다. 요보가 먼저 달려가서 볼을 처리하던가, 아니면 하워드가 볼을 처리하도록 데발신을 스크린 해줬어야 하는데 양쪽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한편 로시츠키는 아르테타의 퇴장을 불러온 그 엘보 어택으로 파브레가스가 흥분하자 기립박수 유도용 & 경기 마무리용으로 88분에 투입되지만 인저리 타임에 한골을 뽑아냅니다. 아데바요르가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폭넓은 움직임으로 디아비와 원투 패스를 주고 받으며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구석으로 파고 듭니다. 수비가 자기한테 몰리자 아데바요르는 디아비에게 패스해주고, 디아비는 다시 자신에게 수비를 유도한 뒤 뒤에 있던 로시츠키에게 연결, 로시츠키가 침착하게 수비수와 니어포스트 틈으로 골을 쑤셔넣습니다. 잊고 싶은 전반전에 이어 잊을 수 없는 후반전으로 경기는 마무리 됩니다.


7. 전반전 부진 분석

일단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미드필더들의 폼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패스웍이 잘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아스날 특유의 주고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줄었습니다. 물론 상대 수비들이 패스 루트 뿐만 아니라 선수가 빠져나가는 루트까지 배치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긴 합니다만 시즌 초반엔 흘렙이 드리블로 수비진을 휘저어주면서 공간을 만들어냈는데 최근엔 이게 잘 안되면서 지난 시즌처럼 수비진에게 말리고 있습니다. 흘렙 자신의 폼도 폼이지만 전체적으로 흘렙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전술적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또하나의 문제는 비였습니다. 아스날은 지난 빌라전에도 후반전 폭우가 쏟아지자 급격하게 경기력이 떨어졌는데 이번 에버튼전에도 전반전 비가 엄청나게 왔죠. 비가 오면 우선 볼 컨트롤이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미끄러운 잔디 덕분에 볼을 주고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해서 파고 드는 움직임이 힘들어졌습니다. 이건 확실히 문제에요. 여기는 태양의 나라 스페인이 아니라 사시 사철 우중충한 잉글랜드거든요. 레예스가 보따리 싸고 도망간 것도 살짝 이해가 가더군요.


8. 9하라 얻을 것이요 두두려라 열릴 것이니

이곳에도 소개한 두두의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보면 이건 뭐 거의 슈퍼 괴물이었습니다. 드리블, 슛, 헤딩 모두 가능한 순도 높은 득점기계였죠. 하지만 그동안 EPL에서는 두두의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요, 미친듯이 빠른 것도 아니고, 대포알 같은 슛을 쏘는 것도 아니고, 역시 체구가 작은 만큼 헤딩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32경기에서 34골을 뽑아냈던 것일까요? 그 해답은 오늘 나왔습니다. (사실은 칼링컵 블랙번 전에서도 나왔지만요.)

전 두두의 첫번째 골을 보고 전율했습니다. 순간적으로 틈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앞에는 하워드가 버티고 있고 세명의 수비수가 순식간에 에워싸는 상황에서 두두가 시간차 슛을 쏘더군요. 바운드 된 볼이 무릎 높이에 오르는 순간 킥 모션에 들어갑니다. 누구라도 하프 발리슛을 연상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두두는 그대로 슛을 차지 않고 한박자 늦춥니다. 슛을 기다리던 하워드와 에버튼 수비진이 모두 순간적으로 굳어버렸고 두두는 다시 한번 발목 높이로 튀어오른 볼을 침착하게 이미 무게 중심이 기운 하워드의 반대편으로 꽂아넣었죠. 블랙번 전에도 침착한 마무리로 2골을 기록했지만 오늘의 그 첫골은 정말이지 냉정함과 침착함 그 자체였습니다.

두번째 골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엘카를 쓰러뜨린 퍼스트 터치도 예술이었지만 그 다음 슛 장면을 보면 일부러 공간이 적은 니어 포스트 쪽으로 꽂아넣습니다. 당연히 파 포스트 쪽으로 쏠 거라고 예상하고 무게 중심을 옮겨놓은 하워드를 농락하는 슛이었죠. 앙리도 찬스에서 순간적으로 골키퍼가 가장 막기 힘들 구석을 찾아 데굴데굴 굴려넣는 것이 특기였습니다만, 두두는 그보다 한술 더 떠서 골키퍼가 어느쪽으로 뛰려 하는지를 정확하게 읽고 있습니다.

그럼 그동안은 왜 이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느냐. 전 예전부터 두두의 문제가 아니라 미드필더들의 문제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앙리나 월콧처럼 빈 공간으로 찔러주자니 빠르지가 않지요. 볼을 띄워서 경합을 시키자니 키가 작고 몸빵이 약하지요. 그렇다고 호나우도 처럼 쓰자니 얘가 드리블로 수비수들을 벗겨내는 것도 아니지요. 그러다보니 두두에게 가는 패스는 라스트 패스라기 보다는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원투로 쉬어가는 패스가 많았죠. 전 사실 지금도 두두를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가지는 확실하더군요. 다른 건너들이 아름다운 골을 만들어 먹는다면 두두는 혼전 속에서 순간적으로 골을 가로챕니다. 이건 '야성'이 부족한 아스날에게 꼭 필요한 옵션이라고 봅니다.


9. 체면 구긴 벤트너.

얼마전 토트넘전에서의 역전골로 기세가 오른 벤트너였습니다만 오늘은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우선 기대한 만큼의 몸빵과 헤딩이 안나왔고, 역시 어린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 불필요한 카드를 2장이나 발급받았습니다. 데발신처럼 수비를 끌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공간을 만들어준 것도 아니었죠. 이번에 머리 좀 식히면서 차분하게 다다음 경기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전반전 실점의 계기가 되었던 클리어 미스는 뭐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전문 수비수도 아니고, 공격수가 그 위치까지 가야 할만큼 수비진의 높이가 낮은 것도 문제니까요.


10. 데발신을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평안을 얻으리라.

오늘 데발신의 골은 분명히 요보와 하워드의 실수가 맞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어 그 실수를 골로 연결시킨 데발신도 대단하죠. 전 또 노마크로 골대 안으로 들어가길래 저러다가 넘어지거나 괜히 엄하게 차서 포스트 맞고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이번엔 그러지 않더군요. 참으로 미스테리 스트라이커입니다. 쉬운 찬스가 오히려 더 불안해요. 어쨌든 벤트너 퇴장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승부를 결정지은 귀중한 골이었습니다.

골도 골이지만 역시 데발신의 움직임은 좋군요. 작년까지만 해도 '스트라이커가 도대체 자리를 비우고 어디를 쏘다니는 것이냐!!!'라고 버럭거렸습니다만, 이번 시즌은 미드필더들의 쇄도가 좋아지면서 아주 훌륭한 공격 옵션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로시츠키의 골도 실은 아데바요르가 만든거나 다름 없었죠. 아데바요르가 수비수 셋을 끌어준 덕분에 디아비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도 편하게 볼을 받을 수 있었고, 로시츠키의 슛도 중간에 걸리지 않고 꽂힐 수 있었습니다. 드록바가 1년간 자비를 배풀고 신이 된 전철을 그대로 밟아주길 바랍니다.


11. 결국 문제는 집중력

결과는 4-1이었지만 경기력 만으로 따졌을 때 4-1의 스코어가 날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아스날의 패스는 여전히 부드럽지 못했고 에버튼은 아스날의 공격을 잘 막았어요. 전반전 경기력만으로 봤을 때엔 오히려 4-1로 졌어도 이상하지 않았을겁니다. 다만 에버튼은 후반 들어 갑자기 전반전과 같은 집중력을 잃으면서 결정적인 실수를 했고 아스날이 반대로 그 순간을 잘 찾아 먹었습니다. 중앙 수비수가 헤딩을 못맞춰서 상대 공격수에게 그대로 볼을 내어주고, 수비수와 골키퍼가 겹치면서 볼을 빼앗긴 부분은 분명 실수지요.


12. 맨유의 삼일천하

결국 맨유의 선두 질주는 삼일 천하로 끝났습니다. 지난 시즌 슈팅 수 1-26의 절대적 열세 속에서 로버트 그린의 미친듯한 선방쇼로 1-0 승리를 가져가며 에미리츠 무패 기록을 박살냈던 웨스트햄이 이번엔 아스날에 좋은 일 한건 해주는군요.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도 용병술이지만, 아스날 못지 않게 (젊은 친구들은) 젊은 맨유도 이번에 달아나야 한다는 압박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우리 아스날 꼬꼬마들의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맨유나 첼시와 달리 아스날에는 이제 우승을 경험한 선수가 투레 뿐입니다. 과연 우리 아이들이 미칠듯이 쫓아올 맨유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차라리 시즌 막판이 아니라 지금쯤 선두를 빼앗겼다가 다시 되찾아 온 경험은 분명 우리 아이들을 우승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해줄 것입니다.

by 고금아 | 2007/12/30 12:07 | 경기 리뷰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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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攻殼毒舌臺 at 2007/12/31 00:51

제목 : 에버튼-아스날 관전평
12월 29일 에버튼-아스날 관전평중계시간이 늦어서 녹화를 해놓은 후에, 경기를 지금 다 보고, 고금아님의 리뷰를 보고 저도 관전평을 써봅니다.지난 주중 선더랜드-맨유전을 녹화해서 보았었습니다. 저는 예전의 포스팅에서도 밝혔지만, 퍽어슨 노망난 노친네의 현재 팀 빌딩 모습은 아스날의 무패우승때 팀을 맨유식으로 재현해 보려고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킥앤러시를 위해서 태어난듯한 백암선생과 반니스텔루이가 나간 후, 퍽어슨 영감탱이는 백암선생같은 재......more

Commented by 갱양 at 2007/12/30 12:59
이제 웨스트햄이 미들스브러를 제치고 도깨비 팀에 등극할 날이 남은듯 싶네요.
Commented by 고금아 at 2007/12/30 13:15
웨햄이야 작년에도 아스날과 맨유를 잡았었죠.
Commented by 베르기옹 at 2007/12/30 13:41
웨스트햄은 맨유킬러 아스톤빌라는 첼시킬러로 등극ㅋㅋㅋ
아스날 이번시즌 제발 우승하자!!(우리의 다음경기상대가 웨스트햄...)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7/12/30 21:45
지독하게 답답했던 경기를 바꿔놓은 두두의 테크닉!! 정말 멋졌습니다. +_+
벤트너는 오늘은 받기 꽤 힘든 '4점'을 받을만한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구요.
아침에 경기보고 오랜만에 저도 감상을 썼기에 트랙백도 쏩니다.

덧_웨스트햄에게 공로패라도 만들어줘야 할 듯. ㅎ
Commented by 建武 at 2007/12/31 00:54
오늘의 승리는 정말 전적으로 두두의 슈퍼플레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데발신과 두두의 연계를 생각하면 정말 기대되요.
Commented by 라유카 at 2007/12/31 13:13
잘 봤습니다. 언제나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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