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 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 엘 클라시코 관전평

지구상에서 가장 먼 더비, 하지만 가장 뜨거운 더비 매치인 엘 클라시코가 방금 끝났습니다. 양팀이 서로 원정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은 만큼 레알로서는 비기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오히려 경기는 1-0으로 레알이 이겨버렸습니다. 양팀 모두 서포팅 클럽도 아니고, 프리메라리가를 지켜보고 있지도 않으므로 몇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1. 점유율의 바르셀로나, 역습의 레알.
바르셀로나는 홈 팀 답게 전반 시작부터 미드필드를 지배하면서 야금야금 레알 마드리드 진영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 마다 페페와 라모스에게 막혔죠. 레알은 미드필드를 내줬지만 최종 수비라인의 선전에 힘입어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끊는 족족 재빨리 날카로운 역습을 펼쳤습니다. 특히 레알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무척 빨랐는데요, 바르셀로나가 역습하다가 끊긴 상황이라고 하지만 한두번의 패스로 호빙요가 수비수 없이 드리블 치는 모습이 매우 자주 나왔습니다.


2. 무자비한 밥티스타불!
지난 시즌 에미리츠에서 아데바요르보다 더한 자비를 보였던 밥티스타불이 36분에 선제골을 뽑아내고 맙니다. 이번에도 역시 바르셀로나의 공격이 끊긴 상황에서 순식간에 니스텔루이와 밥티스타가 역습에 나섰고, 니스텔루이가 논스톱 발리로 이어준 볼을 밥티스타가 아주 침착하게 마찬가지로 논스톱으로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꽂아넣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에미리츠에서는 어째서 저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단 말입니까? =_=


3. 갈길이 급해진 바르셀로나
홈에서 리드를 빼앗긴 바르셀로나는 후반 들어 전반보다도 더욱더 공격에 치중합니다만, 오히려 마음이 너무 급한 나머지 계속해서 미드필드 중앙에서 볼을 짤리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자초합니다.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말렸습니다.' 샤비와 데쿠를 빼고 골을 넣을 수 있는 GDS와 보얀까지 투입했습니다만, 이미 바르셀로나의 문제는 골을 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공수전환의 속도가 느린 것이었죠.


4. 딩요
최근 계속해서 불화설이 튀어나오고 있는 호나우딩요, 예상을 깨고 선발로 출장했습니다만 오늘 그리 큰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라모스가 워낙에 잘 막아줬고 설령 라모스를 벗겨내더라도 최고의 활약을 보인 페페가 완벽하게 틀어막았지요. 오히려 호나우딩요가 볼을 끌면서 공격 템포를 죽인 면이 있습니다. 사실 호나우도 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 선수 대부분이 볼을 끌었죠. 달려가는 가속을 이용해서 최대한 간결하게 볼을 터치하면서 공간을 활용한 레알과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5. 심판 판정
오늘 심판 판정은 아마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어느 한 팀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판정은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홈 어드밴티지를 누리지 못한 바르셀로나 쪽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치우치진 않았어요. 문제는 휘슬을 정말 아꼈다는 겁니다. 아예 양손으로 밀어 제쳤다거나, 뒤에서 양발로 다리를 거는 등 100% 눈에 뻔히 보이는 고의성 100%의 장면이 아닌 이상 휘슬을 거의 불지 않았습니다. 양팀 모두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자주 넘어졌고, 미드필드에서도 자주 넘어졌지만 파울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호나우딩요가 넘어진 횟수에 비해 파울을 적게 얻었고, 그 문제로 약간 평정을 잃은 것 같더군요. 레알이 미드필드에서 바르셀로나의 볼을 따낼 때 반칙 비슷한 장면이 꽤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바르셀로나가 약간 손해 봤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엔 대기심이 추가시간 4분을 표시한 가운데 3분 10초경 경기를 종료시켜버렸죠. 물론 산술적으로 50초 안에 골을 넣기란 쉽지 않습니다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6. Man of Match - Pepe!
골을 넣은 밥티스타? 좋았습니다. 경기 내내 바르셀로나의 왼쪽 사이드를 유린해준 호빙요? 좋았지요. 성큼성큼 달려들며 패스를 이어주고 스스로도 골 사냥에 나선 니스텔루이? 환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MOM은 페페라는데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을 겁니다. 페페는 경기 내내 바르셀로나의 파상공세를 다 막아냈습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밖에서 공중에서 아주 사방 팔방으로 날아다니면서 바르셀로나의 결정적 패스들을 다 끊어냈죠. 덕분에 레알이 역습에 나설 수 있었구요. 오늘 최고였습니다.

7. 오늘의 명장면
36분 아스날 시절과 달리 무자비한 면모를 보였던 밥티스타, 후반 막판엔 결정적 순간에 헛발질을 해서 이 경기를 지켜보던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당췌 어느쪽이 본모습인지 알 수가 없군요.

by 고금아 | 2007/12/24 05:27 | 경기 리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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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7/12/24 11:37
경기 전에 레알의 모든 공격은 반니스텔루이 선수로부터 시작된다던 푸욜의 말이 기억나는 결승 골이었습니다. 전반전만 보고서 후반전은 졸면서 본탓에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레알의 수비들이 전체적으로 좋았다는 것도 기억에 남는 경기였던 것 같네요.^^
Commented by BeNihill at 2007/12/24 12:34
아니 도대체 에미리츠에서는 어째서 저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단 말입니까? =_=
<= 완전 동감
(심지어 FM에서도 아스날에 데리고 있으면 잘하는 선수가...)


어제 경기는
바르샤가 레알의 페이스에 완전히 휘말린거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말리고도 위협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는건 바르샤이기에 가능한거지만...
Commented by Recce at 2007/12/24 14:40
밥티스타가 슬슬 세비야때의 포스를 찾아가는것 같네요. 흑흑 바르셀로나의 팬이지만, 레알이 위대한 팀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네요.
Commented by 갱양 at 2007/12/24 16:41
관용의 밥티스타가 되어가는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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