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관전평 추가)

간밤엔 너무 피곤해서 대충 생각나는 대로만 썼는데 자고 일어나니 몇가지 더 생각나는 것이 있어 남깁니다.

1. 물오른 패스웍

빅4중 수비 조직력이라면 어느 팀에게도 지지 않는 리버풀은 지난 3월에 그랬던 것 처럼 아스날이 미드필드에서 볼을 잡자마자 - 정확하게는 잡을 기미가 보이면 순식간에 둘러싸면서 압박을 시도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였어요. 아 이거 또 미들에서 밀리나 싶었습니다만, 아스날은 오히려 그 압박보다 더 빠른 패스웍으로 리버풀의 미드필드를 돌파해대기 시작했습니다. 볼을 받기도 힘들 정도로 빼곡한 공간에서 빈 동료를 찾아내고 원투 터치로 패스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같은 편이지만 전율이 일더군요.


2. You'll Never Walk Alone.

아래 벚꽃주스님께서 언급한 것과 같이 종료 휘슬이 다가오자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콥에서 일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습니다. 작년 홈에서 아스날 2군 고삐리들에게 3-0으로 떡실신 당하고 있을 때 조차 자리를 뜨지 않고 선수들과 함께 싸웠던 사람들이 대패한 것도 아니고 단지 비기고 있을 뿐인데 자리에서 일어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하지만 그만큼 어제 리버풀의 경기력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고삐리들에게 당할 때에는 어떻게든 만회하려는 투지가 있었고 그 결과 6-4까지 따라붙기도 했죠. 하지만 어제는 전반 초반에 한골 넣었다고 원톱 하나 남겨놓은 채 전원이 페널티 박스 안에 옹기 종기 모이는 모습은 홈 팬들에게도 실망스러웠을 겁니다. 게다가 그렇게 추태를 부렸음에도 제대로 잠그지도 못했죠. 콥은 레즈를 혼자 걷게 놔두지 않지만, 주저 앉은 레즈와는 함께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3. 마셰라노와 알론소로도 부족한가?

마셰라노와 알론소, EPL에서도 손꼽히는 두명의 홀딩 미드필더에 제라드까지 기용하고서도 아스날에게 미드필드를 완전히 빼앗겼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일단은 지난 앤필드 대첩과 달리 리버풀의 빠른 압박에도 아스날의 미드필더들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패스를 잘 이어간 것이 주효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는 리버풀이 너무 뒷쪽에서 잠근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리 아스날이 공격적인 팀이고, 풀백들까지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고 하더라도 뒤가 불안하면 그렇게까지 파상공세를 펼치기 힘듭니다. 하지만 리버풀은 원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기 진영 깊숙히 위치해있었고 덕분에 수비 부담이 없어진 아스날의 수비수들이 미드필드 싸움에까지 가세했지요. 어제는 투레, 갈라스까지도 페널티 안까지 침투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월드클래스 미드필더가 셋이라도 공격을 해야 무서운게지요.


4. 완소 파브레가스

이번 시즌 아주 돌아가면서 골고루 미쳐주고 있는 아스날입니다만, 최근의 파브레가스는 그야말로 잠재력이 만개한 느낌입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특히 활동량이 크게 늘어난 것 같더군요. 공격에도 깊숙히 관여하면서 수비에서도 열심히 뛰어주고 있습니다.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과연 시즌이 끝날 때 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것이죠. 지난 시즌 말미 아스날이 주춤한 것에는 앙리와 페르시 동반 이탈로 인해 결정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었지만 전경기에 출장했던 파브레가스가 체력이 고갈되면서 폼이 떨어진 탓도 컸죠. 이미 지난 시즌부터 부상이 없는 한 무조건 100% 출장하는 팀의 중심이 된지라 걱정이 됩니다.


5. 그러게 크라우치를 진작 넣었어야...
후반전 들어 더욱 노골적으로 걸어 잠구기 시작한 리버풀이었습니다만, 위협적인 장면은 오히려 후반에 자주 나온 듯 합니다. 크라우치가 제공권을 활용해 롱 패스를 주변에 떨궈주거나 본인이 직접 컨트롤 해서 들어가는 공격이 제법 잘 먹혔죠. 득점은 하지 못했지만 전반 내내 부진했던 토레스보다는 나았습니다. 로테이션의 신봉자라는 라파 베니테즈가 어째서 지난 시즌 아스날 상대로 재미를 본 크라우치를 벤치에 앉히고 아직 부상이 다 낫지도 않은 토레스를 내세웠는지는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감사하는 마음은 별개로 하고 말입니다.)

by 고금아 | 2007/10/29 13:01 | 경기 리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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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벚꽃쥬스 at 2007/10/29 15:33
크라우치 들어오고 나서 3배는 더 빨라진 투레와 갈라스. 아무래도 공중볼 잡아내는건 힘들더군요.

그나마 알론소 나가고나니 크라우치에게 공이 안간다는. 베나윤은 잔디클록킹이고 카이트는 열심히는 뛰는데 하는건 없고.
Commented by 고금아 at 2007/10/29 23:55
20cm 큰 넘한테 헤딩 따낼려면 3배 빨리 움직여서 자리 잡는 수 밖에 없지요^^

리버풀 공격할 때 인원이 너무 없었습니다. 크라우치가 볼을 받아내도 나머지 윙포들이 다 하프라인 뒤쪽에 있었으니... 윙포 올라올 때 까지 기다리면 투레와 갈라스가 볼 따내고, 그렇다고 크라우치가 드리블로 저 둘을 따돌릴 수도 없고..
Commented by abcd at 2007/11/04 08:01
ㅋ 아직 맨유전은 안올라왓네요 ㅋ기대;; ㅋ
Commented by abcd at 2007/11/04 22:22
ㅋ 고금아님은 정말 글을 잘쓰는듯 ㅋ
저도 이정도 리뷰 쓸려면 어느정도 지식을 갖춰야 할까요 ㅋ
지금은 그냥 금아님글 눈팅으로 제자신의 견해와 비교중 ㅋ
Commented by 고금아 at 2007/11/05 21:43
개인 사정으로 내일이나 모레 쯤 올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찬이십니다^^
Commented by 억군 at 2007/11/18 19:52
유후~ 본문은 관광 시키는 센스~

좋은밤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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