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감독 마틴 욜 이야기

여러분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학교 과제에 추석 연휴에 기타등등 개인 사정이 겹쳐서 화이트 하트 레인 에서의 3-1 캐관광 이후 경기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네요. 덕분에 업데이트가 일주일째 멈춰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 오늘 뉴스를 보니 또다시 이영표 대신 에코토가 나오기 시작한 모양이더군요. 답답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한 김에 그 핑계로 한번 마틴 욜을 씹어볼까 합니다.

사실 최근 들어 마틴욜 만큼 거너스의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감독도 드물겁니다. 우선은 1승 2무 4패 / 10득점 12실점이라는 아름다운 성적이 욜감독의 매력포인트죠. 저 중 누구나 관광을 찍고 들어간다는 더비전을 빼고 나면 6경기 2무 4패로 무승, 6득점 12실점이라는 그야말로 처참한 성적표가 나옵니다. 경기 마다 1골 넣고 2골씩 주는 셈인데 이러고서 이기면 그게 신기하지요. 프리미어쉽이 출범한 이후 욜이 오기 전까지 빅5를 바라보기도 벅차던 시절을 포함하더라도 정말 최악에 가까운 성적입니다.

욜의 또하나의 매력포인트는 그 처참한 재정관리 능력입니다. 돈이라면 정말 남부럽지 않게 쳐발랐어요. 일단 베일이 5백만 파운드, 벤트가 16.5백만 파운드 등 현재 알려진 것만 35.5백만 파운드에요. 미도 팔아서 번 돈 채워넣으면 이적시장에서 쓴 돈이 28백만 파운드 정도입니다. 28백만 파운드를 쓰고 리그 18위? 참고로 일단은 더비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을 아스날이 이번 이적시장에서 지출한 금액이 25백만 파운드, 하지만 앙리 등 선수들을 팔아서 얻은 자금을 합치면 오히려 6백만 파운드 정도를 남겻죠. 누구는 이적시장에서 6백만 파운드를 남기고도 무패 1위, 누구는 이적시장에서 28백만 파운드를 쓰고도 18위.. 그야말로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런 성적과 재정관리 능력도 그의 완벽한 전술적 능력에 비하면 정말이지 초라해질 뿐입니다. 전 몇년간 축구를 봐 왔지만, 마틴 욜 만큼 단순하게 접근하는 감독은 정말이지 처음 봤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단세포 동물이라고 볼 수 있죠. 욜의 스타일은 '안되는 놈은 조진다' 로 아~주 단순하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골이 들어가지 않으면 스트라이커를 교체합니다. 볼이 잘 돌지 않으면 미드필더를 교체합니다. 수비가 뚫리면 수비수를 교체합니다. 전혀 다른 생각이 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그냥 어딘가 멀쩡하지 않으면 그자리에 서있는 선수가 캐삽질한 때문이니 그놈을 조지면 된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축구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엔 비슷하지만 과정을 열어보면 전혀 다른 케이스들이 넘쳐나는게 축구지요. 골이 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날따라 스트라이커 컨디션이 나빠서 찬스를 다 놓쳤을 수도 있고, 상대 키퍼에게 야신의 혼이 씌였을 수도 있고, 상대 센터백들과 상성이 안맞아서 스트라이커가 캐발리고 있는 중일수도 있고, 미드필드에서 지원이 없어 고립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증상에 따라 처방도 달라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욜은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골 안들어가면 스트라이커 책임입니다. 그러니 볼을 받지 못해 하프라인에까지 내려오는 베르바토프에게 부진하다고 질책해서 그를 노리는 여러 팀들에게 희망을 던져주는 게죠.

이런 욜감독의 성격 탓에 가장 크게 피해를 보고 있는게 바로 이영표입니다. EPL에서 가장 과소평가 받고 있는 선수 중 한명이죠. 욜감독은 좌우의 풀백에게 바라는 것이 많습니다. 그는 좌우 풀백들이 아스날처럼 상대 윙을 질식시키면서 동시에 상대 풀백을 초토화 시켜주길 원합니다. 아무리 이영표라지만 그걸 동시에 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이영표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거죠.

풀백 혼자 공격하고 풀백 혼자 수비하는거 아닙니다. 측면의 공수는 앞에 있는 사이드 미드필더들과 연계해서 같이 가는 거에요. 풀백이 공격하러 들어가면 누군가는 그 자리를 메워야 하고, 이게 잘 안되면 당연히 풀백은 수비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간단하게 아스날의 왼쪽 측면을 보자구요. 클리쉬가 엔드라인까지 치고 들어가면  로시츠키는 페널티박스 근처에 위치하고 그 뒤는 다시 실바나 플라미니 등이 커버해주는 모습이 보입니다. 토트넘 첫시즌의 이영표 때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에는 다비즈 등이 이영표의 뒷자리를 봐줬고, 따라서 이영표가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죠. 지금은? 베일 오기 전만 하더라도 토트넘 왼쪽 사이드는 완전 무개념이었습니다. 누구도 이영표의 뒷자리를 커버해주지 않았고 따라서 이영표가 공격적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베일이 들어오고 나서야 서로 공수를 분담하면서 트였죠.

욜감독의 또하나의 착각은 심봉다가 조낸 잘하는 줄 안다는 겁니다. 발끈 하실 분 많을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자구요. 토트넘 게임을 보면 심봉다는 거의 최후방에 있는 윙입니다. 일단 앞으로 에요. 굉장히 공격적입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요. 조금 냉정하게 말하자면 무책임하고 비겁합니다. 당장 수치를 보세요. 지금 토트넘은 공격과 수비 모두 시원찮지만 경기당 2점씩 헌납하는 수비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심봉다에게 그런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뺏긴 공은 내가 찾아오면 그만아니냐는 마인드로 정말이지 무식하게 밀고 올라옵니다. 심봉다가 오른쪽 공격으로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동안 남겨진 두명의 센터백과 이영표는 그 공간 메우느라 머리가 터져나가는데, 우리의 단순한 욜감독은 어째서 심봉다처럼 못하냐고 이영표를 구박합니다.

욜감독의 단순함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기 중 하나가 바로 지난 아스날전 이었죠. 아래 경기 리뷰에도 썼지만 이날 토트넘의 이영표-베일 라인과 아스날의 흘렙-사냐 라인은 서로의 수비를 뚫지 못해 교착 상태에 빠집니다. 이때 웽어와 욜의 대응은 전혀 달랏죠. 웽어는 막혀버린 흘렙을 빼는 대신 반대쪽의 디아비를 로시츠키로 바꿨습니다. 어차피 공격의 방향은 심봉다 뒷구멍이고, 오른쪽은 베일과 흘렙이 서로 막혔으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는 거죠. 반면 욜은 사냐를 뚫지 못한 베일을 빼고 레논을 넣습니다.결과는? 욜의 패배였죠. 레논은 사냐를 제대로 뚫어내지 못한 반면, 흘렙은 베일이 빠지자 마자 오른쪽 사이드 공격을 시작합니다. 그나마 유일하게 경기 내내 호각이었던 왼쪽 측면도 무너지기 시작한거죠.

욜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었다면 제나스나 말브랑크를 뺏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왼쪽에선 베일의 크로스, 오른쪽에선 레논의 돌파로 공격 루트를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었죠. 하지만 욜이 베일을 빼버리는 바람에 공격 측면에선 크게 득을 본 것도 없는 반면 왼쪽 수비는 약해졌습니다. 이게 다 보이는 대로만 믿는 욜의 탁월한 심안 덕분이죠.

눈 앞에 당장 보이는 것만 믿는  욜의 저 심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위치 선정이 특기인 이영표의 진가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이 둘의 궁합은 정말 최악이에요. 이영표 선수는 제발 이번 겨울에 다른 팀을 알아보는게 좋을겁니다. 물론 그 이전에 욜이 하차할 가능성이 큽니다만, 그래도 전 욜감독이 앞으로 한 50년 정도 토트넘의 감독으로 있어주길 원하거든요.

by 고금아 | 2007/09/25 00:37 | 타팀 관련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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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ecce at 2007/09/25 00:43
지금의 토트넘 맴버라면 더 재미있는 경기를 해주어야 하는것들.-- 그게 더 답답합니다.
Commented by kisnelis at 2007/09/25 00:47
잘 읽었습니다. 베르바토프 질책 건은 어이가 없네요~
Commented by 建武 at 2007/09/25 02:28
마틴 욜은 정말이지 사랑스럽답니다.

그나저나.. 뭐 무조건 관광차 타는 더비카운티 전은 그렇다 치더라도.. 세비야전은 정말 재밌었는데.. 고금아님 하이버리 회원이신가요? 다운받아서라도 나중에 보시면 재밌을듯 하네요~
Commented by 벚꽃쥬스 at 2007/09/25 10:36
밸리보고 왔어요.

이번에 첼시로 온 그랜트 감독도 도찐개찐 이더군요. 무링뇨 였으면 어떻게든 동점만들고 역전까지 노리는 전술로 갔을 텐데.

앙리보다 '비싼' 벤트는 친히 몸개그를 선사하시고, '윙백 중독자' 마틴 욜으 무개념을 선사해 주시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 쏘냐?
Commented by 鷄르베로스 at 2007/09/25 11:28
밸리보고 왔습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케인(--;;)감독도 지도력의 한계를 보이고 극성맞은 토트넘 팬들도 문제고 암튼 영표가 이래저래 맘 고생이 심한 듯 합니다.
프리미어리그에 남기를 개인적으로 바라는데 이적이 쉽지는 않을 듯 해서 ...
토트넘의 문제는 하도 넘쳐서 뭐라 섵부르게 말하기도 그렇지만
골키퍼 폴 로빈슨도 문제의 하나라 생각합니다. 어처구니 없는 골을 너무 허용하는 경향이 ...
움직임이 좋다고는 하지만 골먹는 장면을 분석해보면 언제나 한박자가 늦습니다. 골대 통과한 다음 몸 날리는 장면보면 이건 뭐 몸개그작렬도 아니고
Commented by 鷄르베로스 at 2007/09/27 17:58
트랙백 좀 하겠습니다.
고금아님의 글을 베이스로 쓴거라 비슷한 구석이 너무 많은 관계로 트랙백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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