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8월 15일 스파르타 프라하전 (챔피언스리그 3차예선 1차전)

당초 지난 프리뷰에서 에두아르두가 출장할 확률은 반반 정도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결국 에두아르두는 프라하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습니다. 가벼운 무릎 부상을 입었다는데 과연 다음 블랙번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군요. 아데바요르와 에두아르두의 결장 때문에 웽어는 다시한번 지난 풀럼전에서 사용했던 4-4-1-1 전술로 프라하 원정에 나섰습니다. 아직 벤트너와 월콧은 미덥지 못한 모양입니다. 한편 지난 경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레만도 주전으로 출장해 깊은 신뢰를 표했습니다.

------------------페르시----------------
-------------------흘렙-----------------
로시츠키--파브레가스--플라미니--에보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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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쉬------갈라스-------투레-------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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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만----------------

한편 홈팀인 스파르타 프라하는 레프카를 필두로 4-5-1 포메이션으로 아스날의 미드필드진에 맞불을 놓는 전술을 택했습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웨스트햄에서 뛰었던 바로 그 '슈퍼 톰' 레프카입니다. 레프카는 프리미어쉽에서 웨스트햄을 이끌던 그모습 그대로 당당하게 프라하의 용사들을 이끌었습니다.

아스날 공략법
03/04 무패우승 당시만 해도 아스날 특유의 공격 축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였습니다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은 그 파해법이 어느정도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우선은 공격의 시발점인 세스크를 죽이면 공격의 흐름을 묶어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페널티 에어리어 주위에 밀집 수비를 쌓으면 정확한 크로서도, 믿을만한 헤더도 없는 아스날로서는 골을 넣기가 어려워지죠. 바로 아스날의 천적인 10백 전술입니다.


스파르타 프라하의 답안지
하지만 스파르타 프라하는 이러한 기존의 전술보다 한층 더 대담한 작전을 선택했습니다. 페널티 에어리어 주위에서 수비를 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미드필드에서 강한 압박을 펼치기로 한 것이죠. 세스크는 물론 흘렙, 에보우에, 플라미니 심지어는 동문인 로시츠키까지 미드필드에서 아스날이 볼을 잡았다 하면 주위의 선수들이 순식간에 에워싸버리는 방법으로 아스날의 자랑인 미드필드를 봉쇄해버립니다. 특히 스타팅 라인업에서 184cm의 페르시가 최장신일 정도로 아스날의 체구가 그리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해 아주 거칠게 몸싸움을 벌인 것도 적중했습니다. 예전에 손자께서 말씀하셨지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아니하리라(백전 백승이 아니라 백전 불태 입니다.)" 로시츠키야 동문이니 다 알고 있을테고, 레프카가 전수한 노하우가 있을테고, 거기에 최근 경기까지 제대로 공부를 하고 나왔는지 레만에게 압박 들어가는 장면 등, 스파르타는 아주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왔습니다. 마치 페르시아에 맞서 싸운 스파르타의 300명 처럼요.

격렬했던 전반전
전반전은 100% 스파르타의 의도대로 풀렸습니다. 아스날의 선수들은 스파르타의 강력한 몸싸움에 이리저리 뒹굴면서 평정심을 잃었고 스파르타의 강력한 압박에 특기인 2:1 패스 조차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미드필드에서의 주도권을 홈팀에게 넘겨주고 맙니다. 여기에는 심판의 판정도 한몫 했는데요, 단순히 홈팀에게 너무 유리하게 판정했다는 투정을 하려는게 아닙니다. 파울이 있더라도 흐름을 봐서는 어드벤티지를 준다거나 해야 할 장면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걸 잘 못하더군요. 물론 그대로 진행하기엔 선수들이 너무 드러눕긴 했습니다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심판의 성향을 파악한 양팀 수비수들은 왠만한 상황에선 파울로 공격의 흐름을 끊어버리기 시작합니다. 양팀의 선수들이 여럿 드러누우면서 감정은 격해지고 그러니 파울은 더 거칠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짐으로써 결국 전반에만 무려 5장의 옐로 카드가 발급되었죠. 특히 최근 드리블의 봉인이 풀린 흘렙이 타겟이 되었습니다. 로시츠키의 경우는 그래도 동문 선배라고 봐주는건지 그나마 좀 덜하더군요.

역시 아스날은 후반전
하프타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자 경기의 흐름이 슬슬 아스날로 넘어오기 시작합니다. 우선은 전반전에 받은 카드 때문인지 몸싸움이 다소 줄었습니다. 전반전 프라하가 가까운 선수가 몸싸움으로 시간을 버는 동안 주위에서 압박하는 전술로 재미를 봤는데 이 몸싸움이 줄면서 아스날 쪽에선 압박이 들어오기 전에 패스를 돌리기가 수월해진거죠. 그리고 아스날의 패스 성향이 조금 바뀐 것도 적중했습니다. 아스날 경기 장면을 보면 선수들이 좁은 공간에 바글바글하게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성공률이 높은 짧은 패스를 돌리다보니 벌어지는 결과인데요, 실제로 아스날 경기 보다가 맨유나 첼시 경기를 보면 경기장이 그렇게 광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반전엔 프라하의 몸싸움&압박 때문에 오히려 이런 짧은 패스가 더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거나, 패스가 연결되어도 워낙에 가깝다 보니 볼을 받은 선수가 또 금방 압박을 받아 공격 진행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후반 들어서는 무리한 숏패스 보다는 공간을 향한 패스를 함으로써 압박을 피해 공격해 들어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기엔 특히 양쪽 풀백들의 오버랩이 수반되었군요.

마침내 득점
후반들어 공격이 살아나긴 했지만 여전히 프라하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풀럼전에서와 마찬가지로 페르시는 여전히 고립되어있었고, 사이드가 뚫렸다고는 해도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헤딩을 해줄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득점은 멀었던 것입니다. 로시츠키, 페르시, 파브레가스가 간간히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침투해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긴 했지만 프라하 골리의 선방과 수비수들의 활약으로 아쉽게도 빗나가고 맙니다. 아스날 축구는 80분 부터라며 초조해하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72분 파브레가스가 프라하의 골을 흔듭니다. 하필이면 그순간 아프리카 중계가 잠시 끊기는 바람에 득점 장면을 라이브로 보지 못했습니다만, 하이라이트를 통해 본 득점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클리쉬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프라하의 패스를 인터셉트합니다. 여기서 아스날의 일반적인 흐름은 횡패스 혹은 백패스로 볼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전방으로 달려가는 것입니다만, 클리쉬는 달려오던 탄력을 살려 프라하의 중앙을 가로지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클리쉬의 중앙돌파에 프라하가 허를 찔린 듯 클리쉬는 수비수를 한둘 제치며 페널티 아크 근처까지 질주하다가 옆에 있는 파브레가스에게 패스, 파브레가스가 논스톱으로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아래 구석으로 밀어넣었죠. 그야말로 전후반 내내 활발히 오버랩 하면서도 크로스가 부정확해 번번히 헛수고 했던 클리쉬의 분노의 질주가 빚어낸 골이었습니다. 파브레가스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 골은 클리쉬의 골이었다면서 감사를 표했죠.

흘렙 - 스파르타를 격침시킨 똥볼
비록 실점하긴 했지만 여전히 투지가 살아있는 프라하는 '스파르타' 정신으로 당장 복수에 나섭니다. 고작 3분 뒤인 75분 얻은 셋피스 상황에서 거의 골을 얻어낼 뻔 합니다. 아스날의 신장이 다들 고만고만한지라 셋피스 상황은 항상 위태위태 합니다. 웽어는 로시츠키를 빼고 쏭을 투입해 굳히기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다시 80분경 셋피스 상황에서 실점 위기를 간신히 넘기는 등 스파르타 전사들이 매우 사납게 달려들면서 불안불안한 리드를 지켜가던 중 부심은 3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음을 알리고 레만이 던진 볼이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 어느새 왼쪽에 들어선 사냐에게 떨어집니다. 보는 팬들도 아니 쟤가 왜 저기에! 라며 놀랐는데 하물며 경기장의 선수들이야 어떻겠습니까. 15분전 클리쉬가 했던 것처럼 사냐가 미드필드 왼쪽으로 달려가다가 흘렙에게 패스합니다. 흘렙의 슛은 어딘가 빗맞은듯 데굴데굴 굴러가지만 묘하게도 정확하게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각도로 프라하 골의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갑니다. 결국 휘슬이 울리고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플라미니의 딜레마
오늘 득점을 하긴 했지만 사실 오늘 파브레가스의 움직임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프라하의 압박에 고전하기도 했고, 장기인 패스도 여럿 짤렸구요. 하지만 그게 파브레가스의 책임이냐면 그게 또 애매합니다. 제가 지난 풀럼전을 볼 때는 중계 해상도가 낮아서 잘 몰랐는데 경기 보신 다른 분들이 그러시더군요. 플라미니가 플레이 메이커 + 돌격대장 놀이 하느라 세스크가 설거지 했었다구요. 오늘은 딱히 플라미니가 플레이메이커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잘 안보이더군요. 가끔 파울 하고 당할때만 조금씩 나올 뿐 전체적으로 플라미니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역시 파브레가스에게 부담이 많이 갔다는 것이죠. 플라미니를 놓고 실바와 파브레가스를 합쳐놓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제 생각도 비슷하긴 합니다. 다만 실바의 공격력과 파브레가스의 수비력이라는게 문제죠. 열심히 뛰긴 하는데 실바 처럼 확실하게 끊어주는 수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간간히 센스 있는 패스를 보이긴 하지만 파브레가스 처럼 공격진을 맡길 만큼은 아니고. 차라리 애쉴리콜과 클리쉬의 동반 부상으로 레프트백으로 뛰었던 05/06 시즌이 더 나아보이긴 합니다만 본인이 레프트백은 싫대지요. 어쩌란 말입니까. 웽어는 기왕에 쏭을 다시 불러들였으면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원톱 페르시?
지난 경기에 이어 이번 경기에도 원톱으로 출전한 페르시는 역시 지난 경기 처럼 고립되는 모습을 보이며 원톱은 자기 포지션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로시츠키 흘렙과의 연계를 통해 한두번의 찬스를 얻긴 했습니다만, 페널티 에어리어 양쪽으로 치우쳐서 골을 넣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구요, 물론 골도 넣지 못했구요. 도저히 아데바요르와 에두아르두의 부상이 낫지 않는다면 벤트너라도 투입해봐야죠.

Ashley Who?
지난 시즌 아스날은 애쉴리 콜을 첼시로 떠나보내며 그 빈자리를 유망주 가엘 클리쉬에게 맡겼습니다. 클리쉬는 맨유와의 경기에서 호나우두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등 준수한 활약을 펼쳐 콜의 빈자리를 거의 완벽하게 메웠지만 다소 부정확한 크로스 때문에 공격력이라는 측면에선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늘 미드필드를 가로지른 분노의 질주를 통해 공격적인 측면에서도 콜 못지 않은 재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죠. 아마도 이제 애쉴리콜을 그리워할 일은 없을 듯 합니다.

Eboue, Who?
한편 사냐는 오른쪽 측면을 잘 방어했을 뿐만 아니라 뜬금 없는 왼쪽 오버랩으로 흘렙의 추가골을 이끌어 내는 수훈을 세웠습니다. 원래 왼쪽 오른쪽 모두 가능하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시합중에 왼쪽에서 오버랩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반면 에보우에는 여전히 오른쪽 윙이 익숙치 않은 듯 그다지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에두아르두나 아데바요르가 돌아온다면 4-4-2로 돌아갈텐데 세스크, 실바, 로시츠키, 흘렙, 에보우에 중 하나를 빼야 한다면 누가 빠져야 할까요? 그렇다고 풀백으로 돌아가자니 사냐가 빛나고 있고 흘렙이 날아다닙니다. 에보우에에게 좋은 자극이 되길 바래요.

레만에게 실버보험을...
지난 경기 캐삽질로 대망신을 당한 레만, 심기일전 머리도 짧게 깎고 경기에 나섰습니다만 오늘도 백패스 걷어내러 나오다 다리가 풀리는 중풍쇼를 보이면서 망신을 당했습니다. 물론 후반전 선방을 여럿 보이긴 했지만 역시 세월 앞엔 장사 없다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수비수들도 아직 레만에게 볼을 주기 껄끄러워 하는 듯한 인상이었고, 이제 공격수가 레만을 압박해 들어가는 것은 아스날을 상대할 때 필수 코스가 된 느낌이군요. 과거 시만옹도 오랫동안 믿어온 웽어인만큼 이번 시즌까지는 모르겠지만 내년 시즌에도 아스날의 1번 저지를 입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돌아오오 센데로스
공격진의 키가 작은 것은 높은 크로스 대신 낮은 크로스를 올리고 패스와 드리블로 공격을 풀어서 해결해나갈 수 있지만 수비진의 키가 작은 것은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군요. 프리미어쉽에서 적당히 떡대 있는 팀들이 갈라스-투레에게 공중볼 경합을 즐겼던 것 처럼 프라하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여지없이 공중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그 중 한두번은 정말 실점해도 억울하지 않을 정도의 찬스였구요. 개인적으로 장신의 중앙수비수를 보강하길 바랬지만 이번 쇼핑리스트에선 없었구요. 결국 센데로스가 돌아와야 하는데 얘가 후보 명단에만 오르고 경기장은 못밟은게 지난 시즌부터 꽤 됩니다. 하루 빨리 '약한'데로스가 아닌 '센'데로스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흘렙 - 내가 킹왕짱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의 MOM은 똥볼슛을 기록한 흘렙입니다. 최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면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드리블이 많이 살아났습니다. 덕분에 수비수들의 집중 타겟이 되었죠. 전반에도 프라하 선수와 신경전 벌이다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기도 했구요. 패스 게임도 좋지만 누군가 한명 쯤은 드리블러가 있어야 하는데 적당한 윙어를 영입하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흘렙이 좀 더 수고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본인도 그걸 바라겠지만요. 아참 그리고 그거 아세요? 흘렙은 개막후 2경기 연속해서 인저리 타임에 득점하고 있답니다.

by 고금아 | 2007/08/16 07:42 | 경기 리뷰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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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르타 프라하 와의 경기가 끝난 후 아스날의 웽어 감독은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소감을 밝혔습니다. 웽어는 전반전 스파르타의 육탄전에 말려 고전했지만 선수들이 실수하지 않고 잘 견 ... more

Commented by 아이리스 at 2007/08/17 18:08
재미있는 리뷰 잘 보고 있습니다 ^^ 흥미로우면서도 알찬 내용이라 많은 도움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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