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4일 선더랜드 - 아스날 리뷰

보다보다 열불나서, 잡설 다 때려치고 본론만 쓰겠습니다.

1. 우리 컨텐더 맞아?
오늘 벵거는 원래의 포메이션은 4-4-2 대신 쏭-파브레가스-데닐손의 3미들 위에 페르시-데발신-월콧의 3미들로 경기를 꾸렸습니다. 이게 모든 문제의 시발점입니다. 페르시가 국대에서 윙포 역할을 소화한다고는 하지만 네덜란드 국대의 3포워드는 니스텔루이가 중앙에서 굳건하게 버티고 있고, 다른 한명의 윙포워드들이 페르시와 좌우를 바꿔가면서 활발하게 스위칭 합니다. 벗뜨 하지만 아데바요르는 니스텔루이 처럼 가운데에 박혀있기 보다는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편입니다. 특히 지공 상황에서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부대끼기 보다는 거의 밖으로 나와서 수비를 끌어내려고 하죠. 그리고 월콧도 좌/우 스위칭을 하는 타입도 아닐 뿐더러, 로벤처럼 없는 공간을 비틀어 여는 타입이 아닙니다. 포지션은 같지만 전혀 다른 생소한 역할을 맡기니 당연히 페르시도 버벅댈 수 밖에요.

그런데 이게 페르시의 문제라기 보다는 웽어의 패착이라고 봐야 합니다. 아무리 로시츠키가 장기 부상을 끊고 있고, 나스리가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좌부에가 있었습니다. 혹은 벨라도 있었구요. 애초에 데닐손-세스크 내지는 송-세스크가 못미더웠다면 차라리 여름에 보강을 했어야지요. 아무리 원정이라지만 빅4도 아닌 팀을 상대로 미들 털릴게 무서워서 익숙한 원래 포메이션을 버리고 어설픈 4-3-3 할거였으면 차라리 우승을 입에 담질 말든가 말입니다.


2. 미운 오리 새끼 데니우손
흔히들 하는 말 중에 수학에서는 1+1=2 이지만 축구에서는 1+1이 0이 될수도 있고 3이 될 수도 있다고 하죠. 오늘 경기에 비춰 말씀드리자면, 1+1+1 = 1.5 였습니다. 쏭은 그나마 나았습니다. 원더골 장면에서 버벅대긴 했지만, 그만큼 공간을 열어준 수비수들 책임도 있고, 그전까지 일단은 미들에서 볼 커팅하고 공격시 틈 봐서 지원한다는 롤을 잘 수행했습니다. 문제는 데닐손이었죠. 얘는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아직까지 자기가 뭘 해야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요. 쏭+세스크를 믿고 아예 공격으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스크 뒤에서 충실하게 받쳐주는 것도 아니고. 세스크보다 앞에 서서 욕심은 많은데 정작 하는 일은 없어요. 결국 세스크만 공수 양면에서 설거지 해주다가 볼장 다보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틈이 나면 공격하는 세스크가 정말 대단하긴 합니다만, 그것도 한계가 있지요. 실제로 데니우손이 빠지고 공격이 되는 나스리가 부담을 덜어주니까 세스크가 덩달아 살면서 공격이 살아났죠. 나스리 왼쪽에 박아놓으면 그래도 흘렙 처럼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편이라 수비도 그렇게 약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데니우손이 플라미니처럼  이 악물고 뛰지 않을거면, 아예 세스크 짝으로는 쏭을 붙여서 수비 부담이라도 덜어주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3. 도대체 벤트너는 왜 넣은겨..
최근 웽감독 교체 전술은 눈에 빤히 보입니다. 60분 넘고 공격 실마리가 안풀리면 벤트너부터 넣고 줄창 올려대지요. 이게 참 말이 안되는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암만 박스 안에 벤트너 데발신 넣어봤자 크로스가 개발인게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단 전문적으로 크로스를 올리는 타입의 윙어는 가져본 적도 없구요, 월콧 클리쉬로 낮은 크로스 올릴거면 벤트너 넣을 의미가 없었고 결국 기대할만 한 것은 사냐 크로스 뿐입니다. 그런데 사냐 크로스 잘 올리는 것 같지만 그래봐야 작년 어시스트가 4개거든요. 사냐 크로스 - 데발신이나 벤트너가 밀어넣은 장면들이 극적이어서 기억에 남긴 하지만 그다지 확률이 높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볼이 제대로 돌지를 않고 있고 수비가 박스 밖으로 끌려나오질 않는데 부정확한 크로스 올려봐야 뭐합니까.


4. 나스리는 또 왜 안넣은겨...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벤트너 넣고도 열리지 않던 선더랜드의 수비는 나스리를 투입하면서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리드비터의 원더골 때문에 빛이 바래긴 했지만요. 이전까지 선더랜드 수비는 간단했습니다. 일단 박스 안에 몇명 우겨넣습니다. 멀찌감치 있는 쏭은 가까이 올 때 까지 내버려두면 되고, 풋내기 데니우손은 무시하면 됩니다. 결국 경계할 것은 파브레가스의 패스와 데발신의 퍼스트 터치였습니다. 나스리가 투입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죠. 나스리의 드리블과 패스와 슛을 모두 경계해야 합니다. 슬램덩크 산왕전에서 그런 말이 있죠? 디펜스는 경우의 수가 많아질수록 힘들어진다구요. 어차피 투명인간이나 다름없던 데닐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일단 파괴력이 있는 나스리가 들어가자 선더랜드 수비가 삐걱대면서 틈새가 생겼습니다. 나스리를 선발로 투입했거나, 후반 초반에만 넣었어도 이 경기는 잡았습니다. 하다못해 패스마스터 좌부에만 넣었어도 이렇게 종료 직전에 동점골 넣고 환호하지는 않았을 거란 말입니다.


5. 안사는건 그렇다고 치자. 있는거라도 잘 쓰자.
이전까지는 그래도 변명의 여지는 있었지요. 가뜩이나 선수층 얇은데 부상까지 당하니까 베스트 11 꾸리기 힘들었다.. 오늘은 뭡니까? 멀쩡하게 왼쪽에 세울 수 있는 에보우에와(물론 한경기 가지고 속단하긴 힘듭니다만) 부상에서 돌아온 나스리가 있었고, 벨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웽어는 자기가 미들 충분하다고 플라미니 자리 안채워놓고는 닐손이만 넣자니 수비가 불안하고 쏭만 넣자니 공격이 불안하다고 한꺼번에 셋 밀어넣고서는 공격이 안풀렸거든요. 그래놓고 말은 잘하지요. 우승을 노리고 있다구요. 우승 노린다고 말하는 팀 치고, 빅4가 아닌 팀 상대로 미들 털릴까봐 무서워서 주 포메이션 버리는 팀 못봤습니다. 헐시티 전도, 풀럼전도 수비가 부실해서 진 것이 아니었어요. 공격을 하긴 하는데 세스크 외에는 공격이 잘 나오질 않으니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되지도 않는 공격 줄창 하다가 역습당해서 진거죠. 그렇다고 믿을만한 수비수를 채워넣은 것도 아니고. 도대체 웽감독 요즘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by 고금아 | 2008/10/05 01:37 | 경기 리뷰 | 트랙백 | 덧글(3)

2008년 9월 20일 볼튼-아스날 리뷰

0. 리복 스타디움 방문.

순위나 팀 분위기, 홈-어웨이와 관계 없이, 꾸준히 아스날을 괴롭히는 팀들이 여럿 있습니다. 요 몇년사이 적응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피지컬이 강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미드필드에서부터 몸으로 부딪혀오는 이런 팀들에게는 유독 고전 해오곤 했죠. 특히나 원정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구요. 이번에 방문한 리복 스타디움의 주인 볼튼 원더러스가 바로 이런 팀들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현지 시간으로 17일 챔피언스 리그 원정을 다녀온 뒤 고작 3일 쉬고 치르는 경기. 우크라이나에서도 썩좋지 않은 경기를 보여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쳐져있는 상황에서, 웽거는 미드필드에 데니우손, 에보우에, 파브레가스, 송을 배치합니다. 일단 포메이션 상으로는 데니우손과 송이 중앙을 담당하고 에보우에가 왼쪽, 파브레가스가 오른쪽을 담당하는 모양이었습니다만, 파브레가스는 우측으로 배치되어도 중앙으로 나온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파브레가스와 데니우손이 서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플레이할 것이 예상되었습니다.


1. 홈팀의 우세.

경기 시작하자마자 일방적인 홈 관중들의 응원, 원정 3연전의 피로, 익숙치 않은 4미들의 조합, 홈팀의 우세한 피지컬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경기 초반 볼튼이 아스날을 밀어붙이다가 결국은 14분 케빈 데이비스의 머리에 맞은 코너킥이 알무니아의 손과 클리쉬의 머리를 지나 골네트를 흔들고 맙니다. 놀란에게 중거리슛을 허용한 것부터 시작해서 투레가 데이비스보다 앞에 있었는데도 제공권에서 밀리는 등 총체적으로 좋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코너킥으로 졌던 풀햄전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2. 어웨이 팀의 폭풍같은 반격

선제골을 내주고 나자 겨우 정신이 들었는지, 아스날의 움직임이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아데바요르, 쏭이 연속해서 포스트를 맞추면서 경기의 주도권은 완전히 아스날로 넘어가고, "방귀가 잦으면 응가가 나온다"는 PGA 최경주 선수의 우승 소감 마냥 결국은 26분 27분 에보우에와 벤트너가 동점, 역전에 성공합니다. 동점골 장면은 사실 에보우에의 오프사이드였습니다만, 부심이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은 아스날의 행운이었습니다.


3. 점유율 77-23의 전반 종료.

여세를 몰아 아스날이 거칠게 몰아붙이고 볼튼이 힘겹게 막아내는 사이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보통 왠만큼 우세한 경기에서도 점유율이 60% 대인데, 무려 77%의 점유율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스날의 공격을 막는다고 볼튼이 수비진을 아래로 끌어내리면서 미드필드의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해버린 것이 역시 첫번째 이유였지요. 두번째 이유는 수비수를 많이 배치하긴 했지만 공격을 완전히 틀어막을 정도로 패널티 에어리어에 빡빡하게 배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맨마킹을 제대로 붙이지 않고 어정쩡한 지역방어를 펼친 덕에 아스날 선수들이 노마크로 쉽게 쉽게 패스를 받을 수 있게 내버려뒀던 것입니다. 수비의 기본은 1. 패스를 주고 받지 못하게 하고 2. 패스를 주고 받더라도 다음 동작을 방해하는 것인데 볼튼은 이 두가지를 모두 놓쳐버린 거지요.


4. 후반 볼튼의 대공세

하지만 후반 들어 놀란과 가드너를 앞세운 볼튼이 거세게 밀어붙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다시 볼튼에게로 넘어갑니다. 전반 막판 클리쉬가 부상당하면서 웽어가 사냐를 왼쪽에 배치하고 클리쉬와 교체한 주루를 오른쪽에 배치한 것이 화근이었죠. 양쪽 모두 수비에서는 큰 실책이 없었습니다만 각자 자기 포지션이 아닌 터라 공격력이 완전히 죽어버렸습니다. 좌우 돌파는 모두 풀백들에게 맡기는 것이 아스날 전술의 기본인데 이 기본이 무너지자 공격이 마비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전반 몰아붙일 때 팀 전체가 오버페이스 한 듯 후반들어 아스날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소진된 것도 문제였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기본이고, 정상적인 패스를 줬는데도 따라가다가 다리 힘이 풀려서 놓치는 경우도 발견되었죠. 결정적으로 화면에 뛰어다니는 선수가 보이지 않을 만큼 활동량이 완전히 바닥이었습니다. 미들에서 패스도 안되고 압박도 안되면서 완전히 미드필드를 내줍니다만, 알무니아와 투레의 활약으로 근근히 버텨냈습니다.


5. No. 14 월콧

까딱하다가는 동점 혹은 역전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되자 벵거는 벤트너를 빼고 체력 안배를 위해 아껴두었던 월콧을 투입합니다.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 볼을 운반할 수 있고, 또 혼자서도 수비를 뚫어낼 수 있는 고속 드리블러가 투입되자 아스날의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결국은 5명을 제치면서 데니우손에게 기가 막힌 어시스트를 제공하면서 볼튼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볼튼으로서는 바로 그 1분 전, 바즈테가 천금같은 1:1을 놓친 것이 아주 두고두고 후회스러웠을 겁니다. 결국 3-1로 경기가 종료되었습니다.


6. 텔레토비 센터백 친구들...

센터백들의 키가 작은 것은 투레-갈라스 라인이 완성된 06/07 시즌부터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이긴 합니다만, 우리 벵감독은 당췌 손을 볼 생각을 않고 있습니다. 지난 블랙번 전에서도 산타 크루즈가 제대로 못맞춰서 다행이었지, 제대로 맞았으면 2~3골은 헌납했을 터였죠. 은별이도 183cm, 쏭도 183cm, 센데로스는 이적이 거의 확정적이고(밀란에서 잘하면 밀란 이적할테고, 못하면 돌아와도 주전감이 못되겠죠.) 남은건 192cm 짜리 주루 뿐입니다. 이번에 장기계약을 맺은 것을 보면 그래도 센데보다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 같긴 한데, 팬으로써 갑갑할 따름입니다.


7. 괜찮은 초반 페이스.

어쨌든 쉽지 않은 리복 스타디움 원정에서 3-1로 승리하고, 첼시와 맨유가 비기면서 현재 5경기 4승 1패 승점 12점으로 선두에 올라섰습니다. 지난 시즌 내내 기복없이 세컨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담당하던 흘렙과 중원의 핵심이었던 플라미니를 동시에 잃고서도 제대로 선수를 보강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괜찮은 성적입니다. 다행히 클리쉬는 타박상이었고, 이번주부터는 쉐필드 유나이티드 - 헐 시티 - 포르투로 이어지는 홈 3연전이기 때문에 일단 칼링컵에 꼬꼬마들 내보내고 부상자들이 돌아오면 페이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클리쉬의 백업인 은별이도 부상이 잦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클리쉬가 없을 때의 왼쪽 공격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8. 선수 평점.

(1) 알무니아 7/10 - 병주고 약주고.
지난 시즌 괜찮은 활약을 했음에도 알무니아가 아스날에 어울리는 키퍼는 아니라는 평을 듣는 것은, 지지난 시즌까지의 악몽도 악몽이지만 지난 시즌에도 '막을 수 없는 공을 막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 탓이 크다. 이번 경기에서도 역시 그런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결정적인 슛을 여럿 막아내긴 했지만 또한 펀칭 미스로 결정적인 위기를 부르기도 했다. 본인은 바즈테의 슛을 막아낸 것으로 쌤쌤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건 알무니아가 잘했다기 보다는 바즈테의 실축이라고 봐야 한다.

(2) 사냐 7/10 - 사냐가 왼쪽으로 간 까닭은....
기복없고 단단하며 매섭다. 하지만 그런 사냐도 왼쪽으로 가니까 평범해져버렸다. 벵거는 '왼쪽에서도 뛸 수 있다.'와 '왼쪽에서도 뛰어나다'의 차이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3) 갈라스 6/10 - 언제나처럼.
압도적이진 않았지만 안정적이었다. 경기 초반 남의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구석에서 볼 돌렸던 모습은 좀 무서웠다.

(4) 투레 7/10 - 싸구려 헤딩과 명품 태클
선제골을 내줄 때 케빈 데이비스에게 완전히 눌려버린 것은 뼈아픈 실책. 하지만 후반전 기가 막힌 명품 태클로 팀을 위기에서 잠깐 구해냈다. 뒤에서 태클이 들어가는 순간 얄짤없이 PK 생각했지만 그 상황에서도 볼만 따내는 신기를 보여줬다. 전반 헤딩이 없었다면 평점 8. 후반 그 명품 태클이 없었다면 평점 5였을 지도.

(5) 클리쉬 7/10 - 페르시 보고 놀란 가슴 클리쉬 보고 놀란다.
클리쉬가 빠지자 왼쪽 공격이 무너졌다. 그리고 팀 전체가 밀렸다. 이 이상 그의 비중을 말할 수 있을까? 얘도 왕년에 장기 부상 경력이 있던 터라 발목 잡고 실려나가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6) 파브레가스 8/10 - 진화하는 천재.
실바의 보호 아래에 무럭무럭 자라난 소년은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별도의 홀딩 미드필더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부터는 데니우손의 뒤를 받치면서도 경기를 조율하고 있다. 다음 성장이 기대된다.

(7) 쏭 7/10 - 이런 애를 센터백 백업으로 쓰고 있었으니...
찰튼 임대 가서 에이스를 먹었지만 돌아와서는 벤치 신세. 아프리칸 네이션스 컵에서 베스트 11에도 꼽혔지만 돌아오니 센터백 백업에 89분 투입되던 굳히기 신세. 이번 시즌, 플라미니의 이적으로 미드필드에 자리가 생기면서 간간히 출장하고 있다. 파브레가스나 데니우손 처럼 화려한 맛도 없고 실바같은 탄탄함도 없으며, 플라미니같은 부지런함도 없지만 간간히 패스를 끊고 찔러주는 패스가 좋았다. 이제 아스날에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는 필요 없나 보다. 포스트를 맞춘 것은 실수라고 탓할 수 없지만, 돌파하지도 못할 거면서 볼을 질질 끌다가 패스 타이밍 놓치고 역습 타이밍 놓치고 백패스 하는 부분이 자주 보였던 것이 옥의 티.

(8) 데니우손 8/10 - 스탯의 데니우손.
데니우손이 이번 시즌 끔찍했던 경기는 에보우에와 짝을 맞췄던 풀햄전 뿐. 파브레가스 이후로는 파브레가스 * 0.9 정도의 모습을 보이면서 활약하고 있다. 오늘도 파브레가스와 프리롤 비슷하게 움직이면서 괜찮았다. 다만 가끔 뜬금없이 정신줄 놓은 패스 하는 부분은 정말 고쳐야 한다. 아참, 이 경기로 데니우손은 리그 5경기 2골 3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리그 30경기를 뛴 플라미니보다 1골 적고 1어시스트 많은 기록이다. 이미 기록상으로는 데니우손이 플라미니를 완벽하게 대체했다. 기록상으로는 말이다.

(9) 에보우에 8/10 - 그랜드 슬램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블랙번전 후반전에 깜짝 왼쪽 윙으로 나왔던 에보우에, 이번엔 아예 선발 왼쪽 윙으로 출전했는데 지난 뉴카슬전 노룩 힐패스보다 더 뜬금없는 골까지 기록했다. 니가 정녕 그 세밀함이 부족하던 에보우에였단 말인가. 툭툭 치면서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와 공격수들에게 넘겨주는 움직임이 매우 좋아졌다. 볼튼전의 모습은 그동안 봐온 경기중 단연 최고. 패싱마스터로서의 재능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재능은 클럽 내 탑일 듯.

(10) 아데바요르 7/10 - 결정적인 순간에 자비를.
포스트 맞춘 것도 맞춘 거지만 그 전에도 결정적인 찬스를 날려먹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여전히 폭넓게 움직이면서 수비를 흔들어줬고 동료들이 뛰어들 수 있게 발판을 잘 만들어 줬다. 그놈의 자비만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참, 볼튼전에선 신무기 킬패스도 여럿 보였다.

(11) 벤트너 7/10 - 가자미가 되어라.
득점도 해줬지만 킬패스도 여럿 해줬다.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나아졌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팀의 에이스 스트라이커가 페널티 밖에서 땀빼고 있는데 본인은 안에서 있었다는 것. 노가다도 좀 나눠 지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텐데 아쉽다.

(12) 월콧 8/10 - 나 아스날 14번이야!
지난 시즌까지 봐온 월콧은 앞에 공간이 있어야 힘을 발휘하는 타입이었다. 발은 빠르지만 그 속도를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해 쫓아오는 수비를 뿌리칠 순 있어도 앞에 있는 수비를 벗겨내긴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볼튼전에선 5명의 수비수를 농락하면서 그림같은 어시스트를 만들어냈다. 지난 뉴카슬전 벨라가 중앙에서 드리블 하는 거 보고 월콧도 저거 좀 배웠으면 했는데 그대로 완수해냈다. 경기가 안풀릴 때 생각 나는 사람. 그래서 불러냈더니 한건 해주는 사람. 과연 아스날 14번이었다.


by 고금아 | 2008/09/23 02:29 | 경기 리뷰 | 트랙백 | 덧글(1)

2008년 8월 30일 아스날-뉴캐슬전 관전평

0. 간단 요약

시간 단위로 잘게 짤라서 논할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파브레가스가 복귀하면서 아스날은 원래의 경기력을 완벽하게 회복했고, 전반 시작부터 뉴캐슬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펼쳐 3-0 승리를 얻어냈습니다. 뉴캐슬은 후반전 초반 구띠에레즈를 내세워 추격해보려 했지만, 오히려 데니우손에게 세번째 골을 헌납하면서 셰이 기븐 골키퍼처럼 주저앉아버렸습니다. 경기 막판 바튼과 나스리의 신경전은 보너스 피쳐였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특이했던 점은 이상하리만치 투레의 공격가담이 활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트벤테전은 제가 안봐서 모르겠습니다만, 투레가 미드필더에게 백업을 맡기고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뛰어드는 모습은 작년까지는 그렇게 자주 보이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설령 투레가 나와도 시밤쾅 한방 때려주고 재빨리 돌아가는게 보통이었죠. '투레를 올릴 생각은 없다.' 라는 것이 투레를 굳이 올리지 않아도 데니우손과 스위칭 시키면 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하는 헛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뉴캐슬은 후반 초반을 제외하면 경기 내내 아스날에게 말렸는데, 미드필드에서 활동량으로 압도당한 것이 컸습니다. 자기 진영에서 볼을 따내고 공격으로 진행하는 역습 상황에서 아스날은 팀 전체가 빠르게 전방으로 달려나가면서 그 스피드를 살려서 원투터치로 간단하게 중앙선을 넘어왔습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뉴캐슬은 계속해서 아스날 공격수들의 압박에 수비수들이 패스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해 볼을 끌면서 속공으로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1. 알무니아 7/10 - Clean Sheet.
딱히 할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오웬의 헤딩슛을 쳐낸 것을 포함해 할 일은 제대로 했다. 하지만 버트의 헤딩이 크로스바를 맞추는 장면에서는 역시 아직은 100% 믿음을 주기엔 2% 부족함을 드러냈다.

2. 사냐 7/10 - 기대한 만큼.
에보우에가 라인을 따라서 움직이면서 딱히 오버래핑할 타이밍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특유의 과감한 오버랩은 그다지 나오지 않았다. 수비는 여전히 굳건했고. 딱 기대한만큼 해줬다.

3. 갈라스 7/10 - 님하 헤딩 쩜.
전반 시작하자마자 히어로가 될 찬스를 맞았으나 날려버리기 힘든 위치에서 볼을 날려먹었다. 헤딩에 비교적 약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키가 크지 않은 오웬과 니키버트에게 각각 한번씩 결정적일뻔 한 헤딩을 허용한 것은 역시 꼬꼬마 센터백 라인의 숙제.

4. 투레 7/10 - 간만에 터질뻔한 시밤쾅
최후방 공격수로서 확실한 득점찬스를 두차례나 놓쳤으므로 평점4.라는 것은 농담이고. 기븐이 가까스로 쳐낸 시밤쾅부터 시작해서 코너킥때에는 헤딩슛이 잡히기도 하는 등 공격에서 맹활약했다. 시밤쾅이 골대 안으로 향하는 확률이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오늘은 정말 날이었다. 한편 아무리 부상이후 속도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왕년에 한 달리기 한 오웬과의 달리기 시합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오웬을 거의 봉쇄한 점은 좋았지만 헤딩에 대한 것은 갈라스와 동일.

5. 클리쉬 7/10 - 나도 한번 시밤쾅
최전방 공격수들이 좌우로 넓게 벌려주고 좌우 미드필더들도 중앙으로 그다지 밀고 들어가는 움직임이 없었던 관계로 광속 오버랩은 자주 나오지 않았다. 수비에서 일단 아메오비는 확실히 담궈버렸고 구띠에레즈는 후반 초반 다소 불안하긴 했지만 어쨌든 잘 막아냈다. 후반 뜬금없는 중거리슛은 위치와 타이밍도 뜬금 없었지만, 그게 정말 정확하게 날아갔다는 점이 더욱 뜬금 없었다.

6. 에보우에. 7/10 - 페널티 에어리어의 중심에서 노룩패스를 외치다.
뜬금없이 중앙 미드필더로도 출장했던 벵거의 믿을맨. 하지만 정작 본업인 라이트백으로는 센터백인 투레에 밀리는 기묘한 남자. 세밀한 플레이가 부족한 탓에 항상 골대 근처까지는 어떻게든 우겨 가더라도 정작 그 뒤엔 허무하게 찬스를 날려먹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오늘은 아데바요르를 보면서 발꿈치로 페르시에게 넘겨주는 노룩패스로 두번째 골을 어시스트하면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감. 솔직히 에보우에가 라이트윙으로써 월콧보다 중용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7. 파브레가스. 8/10 - 돌아온 황태자.
앙리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황태자. 복귀전 3경기에서 3골을 넣었던 팀이 복귀 후 2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공식 기록은 0골 0어시스트였지만 득점 장면은 항상 그의 패스로부터 시작되었고, 그 외에도 괜찮은 찬스를 여럿 만들었다. 부상으로 오프시즌에 아스날의 악명높은 체력훈련을 건너뛰어 활동량을 걱정했지만, 역시 아직 젊기 때문인지 활발한 움직임으로 수비에서도 제몫을 다 해냈다. 그의 가장 결정적인 수훈은 데니우손에게서 삽을 빼앗아갔다는 것이다.

8. 데니우손 7/10 - 도플갱어?
프리시즌 내내 중미로 뛰면서 플라미니처럼 주전 되면서 포텐 터질 것을 기대했던 지난 시즌 칼링컵 에이스. 파브레가스와 나서면 파브레가스 못지 않고 에보우에와 같이 나서면 에보우에 못지 않다. 스쿼드에서의 적절한 위치는 파브레가스의 백업인데 파브레가스가 없으면 에보우에가 되어버리니 도대체 벵감독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꼬? 하기사 파브레가스도 지난 시즌 이전까지는 질베르투가 없으면 삽을 푸곤 했던 것을 보면 시간과 출장이 보약이긴 하다. 기븐을 완벽하게 역동작으로 무너뜨리며 한창 열을 올리던 뉴캐슬에 찬물을 끼얹은 장면은 정말 멋졌다.

9. 나스리 7/10 - 흘렙보다는 덜 안정적인. 하지만 더 기대되는.
볼을 키핑하면서 수비를 끌어내는 능력은 확실히 흘렙보다는 떨어진다. 하지만 보다 전진하려고 하며 좋은 위치에서는 확실히 슛을 해주고 있어 득점에 대한 기대감은 더 크다. (흘렙은 첫 시즌 40경기를 뛰면서 지금의 나스리보다 정확하게 한골 더 넣었을 뿐이다.)  하지만 흘렙과 달리 파브레가스가 볼을 잡았을 때 침묵한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경기 막판 투입된 바튼과 신경전 벌이는 장면은 나쁘게 보자면 아직 철이 덜든 것일 수도 있지만 좋게 보면 그동안 아스날에서 보기 힘든 '성깔'이기도 했다. 수비에서도 구띠에레즈의 볼을 여럿 따내면서 맹활약.

10. 페르시 8/10 - 페르시 함량 100% - 가급적 개봉후 빨리 드세요.
왠만한 윙 뺨치는 빠른 발, 왠만한 공격형 미드필더 뺨치는 원터치 패스 센스, 투레 시밤쾅 뺨치는 왼발. 그리고 오웬 뺨치는 부상경력 =_=.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확실한 득점왕 후보. 경기 내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로 찬스를 만들어주고 본인도 페널티 에어리어를 넘나들면서 기븐을 놀래켰으며 프리킥에서도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동시에 부지런히 쓰러지면서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2골을 넣은 뒤 해트트릭 보다는 몸 상하기 전에 빨리 들여보낼 것을 기대받는 특이한 선수.

11. 아데바요르 8/10 - 가자미가 되어라!
"나 말고도 득점할 녀석들은 많이 있다." 채치수를 벤치마킹한 것일까? 득점은 없었지만 모든 득점 장면에 관여하고 있었고, 항상 페널테 에어리어를 넘나들면서 수비를 끌어내고 공간을 만들었다. 수비수 네명이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드리블하고 패스를 돌리면서 찬스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앙리가 그립지 않다. 결정력만 빼놓고 보면 말이다. 전반전 그 골은 넣었어야 했다.

12. 벨라 7/10 - A+에는 못미치는 데뷔전.
모든 구너들이 기대해온 유망주.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꾸준히 뭔가를 보여주려고 용썼다. 체격 차이로 상대 수비수들에게 몸으로는 밀려가면서도 꾸역꾸역 밀고 올라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만, 어쨌든 스탯을 남기지는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두번의 찬스를 잡았으나 한번은 욕심이 과했고 두번째는 너무 조심스러웠다. 용한마리 다 그려놓고 눈을 그려넣지 못한 격. 일단 올시즌은 칼링컵에서 주로 보게될 듯 하다.

13. 월콧 7/10 - 그가 에보우에에게 밀리는 이유는?
에보우에와 교체되어 들어와 우측 사이드에서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역습시마다 수비수 세명을 달고 질주하면서 볼을 운반했고 앙리같은 득점 찬스를 맞았지만 옆으로 날려버렸다.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도대체 왜 에보우에에게 밀리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스탯을 보면 에보우에는 1어시. 이것 때문?) 그런데 벨라랑 둘이 같이 피치에 올려놓으니 분간이 잘 안가더라. 크기도 그렇고 움직이는 모습도 그렇고.

14. 쏭 6/10 - 누구냐, 넌?
 투레나 갈라스가 아니라 데니우손과 교체되어서 깜짝! 뭔가 서있는 위치는 갈-투 보다 앞인데 이상하게 갈-투가 공격하는 장면이 더 자주 잡혔다. 벵감독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베스트11 출신의 미드필더를 센터백으로 보는 이유가 이런게 아닌가 싶다. 데니우손이 아니라 파브레가스와 교체시켜서 데니우손-쏭 콤비를 테스트 하지 못한 것은 여전히 미스테리.

15. 오웬 7/10 - 원더 가이.
과거와 같은 폭발력은 없지만 썩어도 준치요 명불허전이라. 미드필더들의 지원은 커녕, 본인이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지원해주면서도 한두번 알무니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줬다. 그것도 머리(!)로. 하다 못해 투톱 파트너의 지원이라도 받았다면 한골은 기록했을수도.

16. 구띠에레즈 7/10 - 그리고 둘밖에 없었다.
오웬과 더불어 뉴캐슬의 공격을 이끌었...다기 보다는 공격에 참가했던 유일한 파트너. 클리쉬나 나스리 한명을 상대로는 한 절반 정도 확률로 꾸역꾸역 밀고 올라왔지만 둘이 같이 덤벼들자 잠잠해졌다. 어쨌든 수비수들을 몰고 다니면서 뭔가 파괴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것은 오웬과 구띠에레즈 뿐.

17. 기븐 8/10 - 김병지?
3-0으로 졌지만 기븐 아니었으면 스코어는 더 벌어질 수 있었다. 뭔가 동물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아스날의 슛 세례 중 세개를 제외한 나머지를 다 막아냈다. 마치 98월드컵 네덜란드전의 김병지를 보는 듯했다. 그러고보니 김병지 스타일로 공격수들 상대로 드리블치는 모습도 나왔다.

18. 바튼 6/10 - 넌 이미 카드를 받았다.
종료 4분 전에 투입되자마자에미리츠 스타디움의 모든 이목을 집중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리고 투입되자마자 나스리에게 시비를 걸어 결국 나스리에게 카드 한장을 선물해줬다. 덕분에 3-0으로 루즈해진 경기 막판에 볼거리가 생겼다.

by 고금아 | 2008/08/31 14:29 | 경기 리뷰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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